[사회] [아이랑GO] '천'이 지닌 가능성에서 찾아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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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엔 섬유·실·패브릭 등 얇고 유연한 재료 또는 이를 활용해 만든 텍스타일에 대해 알아보러 갈까요.
‘텍스타일 디자이너’ 히무로 유리 작품을 만나다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텍스타일 디자이너’ 히무로 유리는 매일 일상 속 기쁨을 찾아 자신의 작품 소재로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선보이는 텍스타일 디자인(textile design)은 섬유·실·패브릭 등 얇고 유연한 재료 또는 이를 활용해 만든 원단과 제품을 말한다. 원단을 짜거나 편직하는 직조 과정뿐 아니라, 염색·무늬 디자인·가공 등 원단에 디자인과 기능을 부여하는 모든 과정을 포함하며 옷·커튼·이불부터 기능성 의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다. 히무로 유리는 ‘천’이 지닌 이야기와 변화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꽃밭·땅속·하늘·바다·마을·겨울 호수 등 자신이 경험한 모든 것을 천 위에 표현한다.

노란 실을 가위로 자르면 땅을 판 것처럼 그 아래에서 공룡 뼈, 고대의 토기 등이 숨겨 있는 작품 ‘발굴’.
디자인과 직조, 가위질이 만나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야기가 탄생하는 독창적인 작업, ‘스닙 스냅(SNIP SNAP·천의 겉면을 자르면 안쪽에 새로운 무늬가 드러나는 이중 구조의 직물) 시리즈는 누구에게나 비슷해 보이는 일상에도 나만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치 파란 실을 자르면 넘실대는 파도가 되고, 풀잎 사이에서는 작은 동물이 불쑥 얼굴을 내미는 귀여운 모습처럼. 이렇듯 자르는 방식에 따라 하늘에 원하는 형태의 구름을 만들 수 있는 그의 작품을 한데 모은 전시 ‘히무로 유리 오늘의 기쁨’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그라운드시소 한남에서 오는 3월 29일까지 열린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텍스타일 작품 170여 점이 공개되는 이번 전시는 ‘기쁨이 피어나는 정원’ ‘땅속의 비밀’ ‘하늘 극장’ ‘바다의 노래’ ‘춤추는 패턴’ ‘정겨운 마을’ ‘겨울 놀이터’ ‘유리의 방’ 총 여덟 챕터로 구성돼 있다. 실 한 올이 엮어낸 눈부신 디테일의 텍스타일은 가까이 볼수록 그 진가가 발휘된다. 작가 유년 시절과 유학 시절 그리고 자연과 일상을 모두 천에 표현한 ‘히무로 유리’만의 독특한 시각을 느낄 수 있다.

‘텍스타일 디자이너’ 히무로 유리는 섬유·실·패브릭 등 얇고 유연한 재료를 활용해 작품을 만든다.
첫 번째 챕터 ‘기쁨이 피어나는 정원’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인사하는 듯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앞면에는 생생하고 강렬한 꽃무늬가 가득하고 뒷면에는 줄기와 잎이 어우러진 패턴을 담은 다양한 텍스타일 작품은 봄을 닮았다. 이 챕터에 전시된 작품들은 울과 면 소재를 사용하고 수축가공을 더해 부드럽고 매끈함을 자랑한다. 이어 풀잎을 열면 작고 부지런한 생명이 살아가는 비밀 정원이 펼쳐지는 두 번째 챕터 ‘땅속의 비밀’이다. 이 챕터에는 알록달록한 곤충과 오래전 공룡의 흔적까지 보이지 않았던 존재들이 천에 모습을 드러낸다. 재미있는 주제를 찾다가 문득 ‘공룡 발굴’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만든 ‘발굴’은 숨은 아이템을 찾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세 번째 챕터는 청량한 하늘이 우리를 더 높이 이끌어 줄 무대 ‘하늘 극장’이다. 비행기가 하늘 위를 수놓은 ‘하늘’은 친구가 미국에서 열린 연날리기 축제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하늘을 가득 메운 수많은 연이 하나의 무늬처럼 보였고 하늘을 바라보며 비행기의 궤적을 쫓거나 구름의 재미난 모양을 상상한 재미를 ‘하늘’에 투여했다고 히무로 유리는 설명한다.

작가가 일본 오카야마현의 ‘니시아와쿠라’ 마을을 방문했을 때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 ‘마을 산’.
네 번째 챕터 ‘바다의 노래’에서는 넓게 펼쳐진 수평선을 보며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순간을 표현했는데, 가위질한 천 사이에 물고기·게·오징어 등을 숨겨 놓은 작가의 장난스러움이 재미있다. 수면 아래 숨겨진 바닷속 친구들과 평화롭고도 설레는 순간을 담은 작품은 관객들에게 잠깐의 여유를 선사한다. 이어 다섯 번째 챕터 ‘춤추는 패턴’은 반짝이는 색의 흐름, 움직임에 따라 바뀌는 무늬, 끝없이 이어지는 다채로운 실의 향연이 펼쳐진다.
여섯 번째 챕터 ‘정겨운 마을’은 낯선 곳에서 만나는 정겨운 풍경을 주제로 한다. ‘마을 산’은 작가가 일본 오카야마현의 ‘니시아와쿠라’ 마을을 방문했을 때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그곳에서 히무로 유리는 산책하다 마을의 숲은 모두 인공적으로 만들어서 사람이 관리하지 않으면 나무가 너무 빽빽하게 자라 결국엔 햇빛을 가로막고 죽게 된다는 얘길 들었다고 한다. 인간은 숲을 돌보고, 숲은 사람들에게 풍요를 나눠주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그는 사람과 산의 관계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히무로 유리는 꽃밭·땅속·하늘·바다·마을·겨울 호수 등 자신이 경험한 모든 것을 천 위에 표현한다.
다음은 온통 흰 눈으로 덮이고 얼어붙은 호숫가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야기를 담은 ‘겨울 놀이터’이다. 여름에는 한밤중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로 유명하지만, 겨울은 정반대 풍경을 자랑하는 그곳에서의 추억을 천에다 표현한 작품 ‘라플란드(LAPLAND)’가 눈에 띈다. 작가는 난생처음 경험해본 겨울 사우나, 겨울 북극해에서의 수영, 스키 슬로프 등 당시 느낀 색감과 분위기 등 모든 기억을 텍스타일 패턴 안에 그대로 녹아냈다.
작가 이름을 딴 마지막 챕터 ‘유리의 방’은 그의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꾸몄다. ‘티니 모멘트 시리즈(tiny moment series)’는 조용하지만 선명한 일상의 순간에서 영감받은 작품 모음으로 한국 전시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소형 시리즈다. 이처럼 일상에서 스케치한 즐거운 순간을 천 위에 옮겨놓고, 세심하게 색과 형태를 선택한 뒤 어디를 어떻게 자를지 결정하는 그 순간, 히무로 유리의 오늘의 기쁨이 비로소 완성된다.
‘히무로 유리 오늘의 기쁨’
장소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91그라운드시소 한남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명절 휴관, 입장은 오후 6시 마감)
관람료 성인∙아동∙청소년 2만원
아이랑GO를 배달합니다

이번 주말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아이와 가볼 만한 곳, 집에서 해볼 만한 것, 마음밭을 키워주는 읽어볼 만한 좋은 책까지 ‘소년중앙’이 전해드립니다. 아이랑GO를 구독하시면 아이를 위한, 아이와 함께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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