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올해 수능은 ‘불국어’·‘불영어’…영어 절대평가 후 처음 1등급 3%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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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 국어·영어 영역 모두 까다로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원가에선 수시 수능 최저기준을 충족 못한 최상위권 응시자가 정시로 몰리면서 예년에 비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4일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지난달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의 채점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수능의 응시자는 49만3896명으로 지난해(46만3486명)보다 3만410명 늘었다. 재수생 등 졸업생과 검정고시 응시자 수는 16만794명으로 21년 만에 최대 규모였던 전년(16만897명)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번 수능에서 전 영역 만점자는 5명(재학생 4명, 졸업생 1명)이다. 지난해(11명)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영어의 경우 2018년 절대평가 도입 이후 1등급(90점 이상) 비율이 사상 최저인 3.1%인 것으로 나왔다. 전년도 1등급 비율(6.22%)의 반토막 수준이다.
영어에서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1만5114명으로 올해 국어(2만2235명)·수학(2만1797명)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영어 점수 때문에 수시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평가원은 이처럼 영어가 어렵게 출제된 데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영어의 경우 교육과정의 학습 정도를 평가한다는 절대평가 취지에 맞는 시험 난이도를 목표로 했으나, 당초 취지와 의도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어도 까다로웠다. 이번 수능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으로 지난해 139점에 비해 8점이 올랐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를 보여주는 점수다.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이 상승하고, 시험이 쉬우면 하락한다.

김경진 기자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39점으로 전년 140점보다 1점 낮아져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다만 최고점을 받은 응시자는 780명으로 지난해 1522명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1등급(2만1797명) 내에 점수 차가 11점으로 벌어져 전년 9점 대비 변별력은 상승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올해 의대 합격 여부는 ‘수학 실수를 국어 점수로 얼마나 만회하느냐’에 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연계 학생들이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하는 ‘사탐런’(사회탐구 + Run)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번 수능에서 사회탐구 한 과목 이상 응시자는 77.14%에 달한다. 사회탐구의 경우 ‘정치와 법’, ‘동아시아사’를 제외하면 7개 과목에서 최고점이 70점 이상으로 나타났다. 우연철 소장은 “사탐과목이 전반적으로 어렵게 출제됐다”며 “상위권에서 어설프게 사회탐구를 봤다면 정시 지원에 불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탐에서는 지구과학Ⅰ의 표준점수 최고점 68점을 받은 수험생이 258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83명의 6배 가까이에 달한다. 이만기 소장은 “너무 쉽게 출제돼 지구과학Ⅰ 응시자가 올해 입시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상위권에는 ‘사탐런’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의대와 같은 최상위학과는 과학탐구Ⅱ에 가산점을 부여하는데 이번에 응시자 수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김영옥 기자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각 대학에서 올해 수능 과목 간 난이도 차와 사탐런 현상, 의대 모집정원 축소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할 것”이라며 “탐구 과목에 대한 변환표준점수 적용 방식을 조속히 발표해야 해야 수험생 혼란이 그나마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수능 성적표는 오는 5일부터 수험생이 원서를 접수한 학교나 교육지원청에서 나눠준다. 온라인 성적증명서 발급은 8일 오전 9시부터 성적증명서 발급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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