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홍콩 화재 추모 통제하는 중국…"제2의 천안문" 위기감 느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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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홍콩 북부 타이포구의 고층 아파트 단지 '왕 푹 코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최소 15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아파트 화재 참사에 대한 추모 열기가 식기도 전에 중국 당국이 ‘선동죄’를 묻겠다며 입단속에 나섰다. 2019년과 같은 반중국 시위가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홍콩 북부 타이포구의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에서 보수 공사 중 화재가 발생해 지금까지 최소 15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홍콩 각지에서 추모객과 자원봉사자 수천명이 화재 현장을 찾았다. 화재 원인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와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청원도 잇따랐다.
홍콩 경찰은 지난달 28일 진상조사 촉구 청원을 주도한 대학생을 체포했다. 변호사, 사회복지사, 정책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이들을 소환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달 30일엔 화재 현장에서 자원봉사자들을 해산시키고 그 자리에 경찰 지휘 본부를 설치했다.
홍콩 경찰은 “조문객과 자원봉사자들이 경찰관들과 논의 후 스스로 현장을 떠나기로 했으며 구호 물품은 다른 단체에 전달해 배급하기로 했다”며 “공공 안전과 질서를 위해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3일 왕 푹 코트 화재 현장 인근에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이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화재는 지난 2020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후 발생한 첫 번째 대형 재난이었다. 국가보안법에 따라 출범한 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홍콩 국가안보처)는 2019년 홍콩 시위를 언급하며 “재난을 이용해 홍콩에 혼란을 야기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반중 지지자들이 허위정보를 퍼뜨리고 악의적으로 정부의 구호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며 “홍콩을 범죄인인도법 반대 시위의 혼란으로 다시 몰아넣으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2019년 시위 이후 홍콩에 공안 시스템을 도입해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모든 행위를 사실상 불법화했다”며 “이는 추모 집회가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고 짚었다. 과거 천안문 사태가 당시 저우언라이(周恩来) 국무원 총리 사망을 계기로 시작됐다는 인식도 영향을 줬다.
중국 당국의 탄압 속에서도 화재 원인을 밝혀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홍콩 정부는 불을 키운 원인으로 꼽힌 대나무 비계(고층 건설 현장의 임시 구조물)를 전부 제거하도록 했는데, 주민들은 “화재 원인으로 대나무 비계를 지목하는 건 진실을 외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4일 왕 푹 코트 화재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아파트 보수공사에 사용됐던 비계 그물망을 제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화재로 입찰 담합과 공사비 부풀리기 등 비리가 만연한 홍콩 건설 업계의 부패가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업체 측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비계를 감싸는 그물망을 방염 기능이 없는 제품으로 바꿨는데, 이 그물망을 타고 불이 빠른 속도로 번졌다는 지적이다.
서방의 반중 성향 의원들이 모인 ‘대중국 의원 간 연합체(IPAC)’의 충칭퀑 수석분석가는 “중국과 홍콩 정부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거나 집단적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두려워한다”며 “홍콩 시민들은 개인적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필요하면 일어나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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