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세청, 강남4구·마용성 아파트 증여 거래 2077건 전부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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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올해 아버지로부터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를 증여받았다. 같은 단지 동일 평형 아파트가 60억원에 거래된 것을 안 A씨는 증여세 부담을 줄이려 지인 소개로 알게 된 감정평가법인에 시세보다 낮게 가격을 평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A씨는 시세의 65% 수준인 39억원으로 증여세를 신고했다. 이를 확인한 국세청은 직접 감정평가를 의뢰해 신고 가격을 바로잡고, 해당 법인은 ‘시가 불인정 감정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4일 정부세종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강남 4구와 마용성 등 고가아파트 증여 거래 2077건에 대한 전수 검증할 것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국세청이 4일 서울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소재 아파트 증여 거래의 세금 신고 적정 여부를 전수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7월 거래가 이뤄진 2077건이 대상이다. 집값 상승 속에 감정가 축소, 부채 낀 거래 등 편법 증여가 반복되고 있다고 보고, 특정 지역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올해 1∼10월 서울의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7708건으로 2022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많았다. 미성년자 증여(223건) 또한 2022년 이후 최대치다. 특히 미성년자가 증여받은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강남 4구, 마용성 등 가격 상승 선두 지역에 집중됐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조사 대상 2077건 중 11월까지 증여세 신고를 마친 건 1699건이다. 이 중 1068건은 시가로, 631건은 공동주택공시가격으로 신고했다. 국세청은 시가로 신고한 1068건은 적절한 가격인지, 상속·증여세법상 인정되지 않는 부당한 감정평가액은 아닌지 확인할 예정이다. 공시가격으로 신고한 631건은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지 판단해 직접 감정평가에 나설 계획이다.
국세청은 편법 증여 방식으로 활용되는 부담부 증여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부담부 증여는 부동산을 넘길 때 임대보증금·대출 등을 함께 넘겨 증여세를 줄이는 방식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할 때 많이 활용하는데 대출은 증여받는 사람이 갚아야 하지만 편법으로 부모가 대출을 갚아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컨대 B씨는 서울 송파구 소재 약 20억원짜리 아파트를 근저당 채무 수억원을 인수하는 조건으로 부담부 증여받았다. B씨는 근저당 채무를 본인 근로소득으로 상환하고 있다고 소명했지만, 생활비와 자녀 유학비 등 씀씀이를 확인한 결과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부동산을 처음 취득한 증여자의 재산 형성 과정에서 탈세 등 문제가 없는지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위해 땀 흘려 일하는 서민에게 상실감과 박탈감을 일으키는 부의 대물림에 대해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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