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장장 6단계 거쳐야 '탈팡'…방미통위, 긴급 조사 착수
-
14회 연결
본문
장장 6단계를 거쳐야 하는 ‘탈팡(쿠팡 탈퇴)’ 절차. 4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쿠팡의 계정 탈퇴 경로가 과도하게 복잡해 이용자의 해지권을 제한하는지 여부에 대한 긴급 조사에 착수했다. 337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탈퇴 수요가 커진 가운데, 쿠팡이 의도적으로 절차를 어렵게 만들어 둔게 아니냔 지적이 제기 된 데 따른 것이다.
방미통위 측은 이날 “쿠팡이 제공하는 탈퇴 경로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된 ‘이용자의 해지권 제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쿠팡의 이런 해지 절차가 이용자에게 상당한 불편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과징금 및 시정명령 등 엄정 조치하겠다”고 전했다.

이커머스 1위 업체 쿠팡에서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4일 서울 시내 한 쿠팡 물류센터에 배송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실제 쿠팡 탈퇴 과정은 ‘미로 찾기’에 가깝다. 쿠팡 앱에선 메인 화면의 ‘개인정보’ 메뉴에 들어가 ‘설정→회원정보 수정→비밀번호 입력’ 단계를 거친 뒤 다시 PC 화면으로 전환해야 가능하다. PC에서도 ‘마이쿠팡→개인정보 수정→비밀번호 입력→화면 하단의 회원 탈퇴 선택→비밀번호 재입력→이용 내역 확인→설문조사’ 등 여러 단계를 완료해야 최종 탈퇴가 이뤄진다.
이용자 불만도 적지 않다. 쿠팡 가입자인 이예린(38)씨는 “과정이 번거롭고 오래 걸려 아직 탈퇴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헤매다 중간에 포기 했다” “부모님이 혼자 못 해서 대신 해드렸다”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도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게 다크패턴(눈속임 상술)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질타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쿠팡 하루 이용자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일 데이터 테크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일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1798만8845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쿠팡이 지난달 29일 유출 사실을 발표한 다음 날에도 하루 이용자가 처음으로 1700만명을 넘었다. 쿠팡 사태가 확산하기 전인 지난달 24~29일 1600만명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반등세가 뚜렷하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전경. 연합뉴스
이를 두고선 우선 일시적인 접속 증가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밀번호 변경, 공지 확인 등 개인정보 점검을 위해 접속한 이용자가 많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동시에 새벽·로켓배송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쉽게 이탈하지 못하는 ‘락인 효과’(고객 잠금 효과)도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학생 박상균(25)씨는 “대체할 만한 플랫폼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쿠팡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시정 조치에 따라 조만간 ‘개인정보 유출’ 표현을 담은 공식 사과문을 게시할 전망이다. 쿠팡은 기존 공지와 사과문에서 ‘개인정보 노출’ 표현을 사용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행법상 유출은 기업의 관리 부실 책임을 의미하지만, 노출은 기업의 통제권이 유지된 상태에서 우발적 공개를 뜻해 상대적으로 책임이 덜하다.
쿠팡의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정확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사과문을 게시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날 개보위는 쿠팡에 “노출을 유출로 정정해 재통지하고, 7일 이내 조치 결과를 제출하라”고 의결했다.
개보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7일 이내 미이행 시 과징금이 가중된다”고 말했다.
다만 ‘늑장 대처’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쿠팡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앞서 두 차례 ‘노출을 유출로 정정하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쿠팡의 ‘원 아이디(One-ID)’ 정책에 대한 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쿠팡 가입 시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쿠팡페이 계정도 자동으로 생성되는 구조로 결제 정보 유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정무위 질의에서 “2일부터 현장 점검에 들어갔다”며 “의심되는 사항이 확인되면 바로 검사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