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내년 1분기 32조 만기 앞두고…치솟는 회사채 금리에 돈 구하기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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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중단과 불안한 경기 상황에 회사채 금리가 다시 치솟고 있다. 내년 초 수십조원 규모의 채권 만기를 앞두고 기업들이 돈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크레딧 스프레드 한 달 새 0.066%포인트 급등

8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만기 3년 국고채와 회사채(무보증·신용등급 AA- 기준)의 금리 차를 뜻하는 ‘크레딧 스프레드’는 이날 0.458%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전 거래일(0.459%포인트)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크레딧 스프레드는 최근 4거래일 연속 오르는 등 상승 추세다. 특히 지난달 7일(0.392%포인트)까지만 해도 3%포인트대까지 좁혀졌던 크레딧 스프레드는 불과 한 달 만에 0.066%포인트 확대할 정도로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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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의 빌딩에 난방을 가동하며 발생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스1

경기 상황이 좋지 못해 기업들의 부도 가능성이 커지면, 이들의 발행한 회사채의 금리가 무위험 자산인 국고채의 금리보다 더 빠르게 올라간다.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크레딧 스프레드가 커지면, 그만큼 경기가 좋지 못하다고 해석한다. 크레딧 스프레드는 비상계엄 직후인 올해 1월 2일 연중 최고치인 0.69%포인트까지 벌어졌었다. 이후 다시 좁혀지다가 관세 부과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4월 30일(0.601%포인트) 다시 6%포인트 차로 확대했었다.

금리 인하 중단에 국고·회사채 모두 연중 최고치

비상계엄과 미국 정부와의 관세 협상이 마무리된 시점에서 크레딧 스프레드가 다시 빠르게 벌어지는 것은 이례적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직접적 원인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중단을 꼽는다.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중단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줄 때마다 발작에 가깝게 뛰어올랐다.

지난달 12일 이창용 한은 총재가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방향 전환”을 언급하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무보증 3년·AA-등급)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0.092%포인트·0.095%포인트 뛰었다. 또 지난달 27일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에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라는 문구를 ‘추가 인하 가능성’으로 바꾸자, 역시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모두 전 거래일 대비 0.118%포인트 급등했다. 이후 시장 금리는 계속 올라 3년 만기 국고채(연 3.045%)·회사채(연 3.484%) 모두 이달 들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부진 기업 많은데…금리 인하 중단에 돈 줄 말라 

다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중단만으로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를 모두 설명할 순 없다. 금리 인하를 멈추면 회사채 금리도 오르지만, 국고채 금리도 함께 올라서다. 크레딧 스프레드가 최근 커진 것은 회사채 금리가 국고채 금리보다 상승 속도가 더 빨라서다.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불안한 경기 상황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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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에 시달리는 전남 여수산업단지의 석유화학업체 여천NCC 전경. 뉴스1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회복세를 보이지만, 반도체 등 일부 정보통신(IT) 기업을 제외하면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 산업통상부는 올해 1~11월 누적 수출액 기준으로 15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자동차·선박·바이오헬스·컴퓨터를 제외한 10개 품목이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했다(전년 대비 수출 감소)고 밝혔다. 특히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석유화학과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건설업은 갑작스러운 금리 인하 중단으로 이자 부담이 커졌다.

기업들은 연말 발행 예정이었던 회사채 발행을 미루는 등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SK텔레콤은 이달 발행 예정이었던 2400억원대 회사채 발행 계획을 내년 1분기(1~3월)로 미뤘고, KCC글라스도 1500억원대 회사채 발행을 일정을 내년 1분기로 조정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회사채 발행 실적은 전월 대비 16.6%(4조7132억원) 급감한 23조6111억원을 기록했다.

내년 1분기 만기 도래 회사채만 32조원

문제는 내년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중단이 길어지고, 경기 상황이 빠르게 회복하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돈줄이 더 마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규모 채권 만기 상환이 돌아오면, 신용 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차환할 자금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약 91조1754억원)의 약 35.5%(약 32조3928억원)가 내년 1분기(1~3월)에 몰려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은 금리를 좀 높여 채권을 발행하거나 대출도 빌릴 수 있지만, 등급이 낮은 기업은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면서 “금리 인하 중단 효과가 업황이 좋지 않은 기업에 더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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