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발행금리 치솟는다, 회사채 마른 기업 ‘32조 만기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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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구하기’ 힘든 연말
기준금리 인하 중단과 불안한 경기 상황에 회사채 금리가 다시 치솟고 있다. 내년 초 수십조원 규모 채권의 만기를 앞두고 기업들이 돈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만기 3년 국고채와 회사채(무보증·신용등급 AA- 기준)의 금리 차를 뜻하는 ‘크레딧 스프레드’는 이날 0.458%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전 거래일(0.459%포인트)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크레딧 스프레드는 최근 4거래일 연속 오르는 등 상승 추세다. 특히 지난달 7일(0.392%포인트)까지만 해도 3%포인트대까지 좁혀졌던 크레딧 스프레드는 불과 한 달 만에 0.066%포인트 확대할 정도로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경기 상황이 좋지 못해 기업들의 부도 가능성이 커지면, 이들의 발행한 회사채의 금리가 무위험 자산인 국고채의 금리보다 더 빠르게 올라간다.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크레딧 스프레드가 커지면, 그만큼 경기가 좋지 못하다고 해석한다.
크레딧 스프레드가 다시 빠르게 벌어지는 것은 이례적 현상이다. 직접적 원인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중단이 꼽힌다. 지난달 12일 이창용 한은 총재가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방향 전환”을 언급하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무보증 3년·AA-등급)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0.092%포인트·0.095%포인트 뛰었다. 또 지난달 27일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 의결문에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가되’라는 문구를 ‘추가 인하 가능성’으로 바꾸자, 역시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모두 전 거래일 대비 0.118%포인트 급등했다. 이후 시장 금리는 계속 올라 3년 만기 국고채(연 3.045%)·회사채(연 3.484%) 모두 이달 들어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중단만으로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를 모두 설명할 순 없다.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불안한 경기 상황도 꼽힌다.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회복세를 보이지만, 반도체 등 일부 정보통신(IT) 기업을 제외하면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 특히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석유화학과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건설업은 갑작스러운 금리 인하 중단으로 이자 부담이 커졌다.
기업들은 연말 발행 예정이었던 회사채 발행을 미루는 등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SK텔레콤은 이달 발행 예정이었던 2400억원대 회사채 발행 계획을 내년 1분기(1~3월)로 미뤘고, KCC글라스도 1500억원대 회사채 발행을 일정을 내년 1분기로 조정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회사채 발행 실적은 전월 대비 16.6%(4조7132억원) 급감한 23조6111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내년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약 91조1754억원)의 약 35.5%(약 32조3928억원)가 내년 1분기에 몰려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은 금리를 좀 높여 채권을 발행하거나 대출도 빌릴 수 있지만, 등급이 낮은 기업은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면서 “금리 인하 중단 효과가 업황이 좋지 않은 기업에 더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이 오는 9일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에 나선다.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졌던 2022년 9월 이후 약 3년3개월 만이다. 시장에선 사실상 채권시장의 안정화 조치로 풀이한다. 한은이 국고채를 사들여 돈이 풀리면, 국채 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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