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 소비 70%, 이들 지갑서 나온다…액티브 시니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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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2년 취업자의 절반은 60세 이상이고, 2050년부터 50세 이상이 전체 소비의 70%를 차지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급속한 고령화로 ‘액티브 시니어’(활동적인 고령층)가 경제를 이끌어가는 구조적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8일 국회입법조사처·예산정책처 등이 공동으로 발간한 ‘인구위기와 축소사회 대응’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인구 감소로 2072년 전체 취업자 수는 2024년 대비 64% 수준(1828만 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전체 취업자 중 60세 이상의 비중이 45.5%로 절반 가까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22.7%의 2배 규모다. 같은 기간 34세 이하 청년 취업자 비중은 23.1%에서 16%로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박경민 기자
하지만 노동력의 고령화가 반드시 노동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전체 취업자 중 고학력자 비중이 2024년 51.8%에서 2072년 72.5%에 이를 전망이라서다. 지난해 국가데이터처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 조사’에서도 65세의 73.5%가 계속해서 근로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건강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왕성한 소비 활동을 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액티브 시니어의 영향력은 다른 선진국보다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은퇴자협회가 분석한 결과 한국의 50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0년까지만 해도 39.7%로 미국·일본 등 주요 7개국(G7) 국가 평균인 41.4%보다 낮았다. 2050년이 되면 59%로 G7 국가 중 1위로 뛰어오른다. 일본(2020년 47.4%→2050년 54.2%)보다도 큰 폭의 상승이다. 같은 기간 한국 고령층의 소비지출 비중은 52%에서 71.1%로 급증할 것으로 관측됐다. 인구와 소비 비중 증가 폭 모두 G7 국가 중 가장 크다.

박경민 기자
영향력을 늘려가고 있는 고령층은 한국의 산업 구조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바꾸고 있다. 입법조사처·예산정책처 연구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의 패널데이터(1970~2023)를 바탕으로 실증분석한 결과 고령 인구 비중이 1% 증가할수록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이 0.7% 감소했다. 대신 서비스업 부가가치 비중은 1.1% 증가했다. 고령층이 의료·복지·여가 등 서비스 부문에 대한 수요자를 넘어, 돌봄 관련 서비스직 등에 종사하는 생산자 역할도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서비스업 일자리의 질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다. 연구진은 “제조 비중을 OECD 평균 이상의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서비스 생산성을 높여 1인당 소득을 방어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고령층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신중년 적합 일자리’를 발굴하고, 급변하는 디지털 기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고용 착시’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여성·고령자 중심으로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고 있지만, 인구 감소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축소사회’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급격한 고령화는 반드시 재정 부담을 동반한다”며 “고숙련 고령 인력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되, 청년 세대가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박탈당하진 않도록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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