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축구, 풋볼로 부르자”…160년 명칭 논란에 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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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FIFA 평화상 메달을 목에 걸고 무대에 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현대식 축구가 뿌리를 내린 18세기 중후반 이후 160년 넘게 이어온 경기 명칭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논란을 촉발한 주인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지난 5일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6 북중미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에서 FIFA 평화상을 받은 뒤 “생각해보면 이 종목(축구)을 ‘풋볼(football)’이라 부르고 (미식축구 경기를 치르는) 미국프로풋볼(NFL)이 다른 이름을 찾는 게 옳은 것 같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FIFA 클럽월드컵 현장에서도 “미국에서 축구를 ‘사커(soccer)’ 대신 ‘풋볼’이라 부르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고려 중”이라는 농담을 한 적이 있다. 이번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지만, 농담처럼 가볍게 툭 던진 한마디에 축구계는 다시 뜨겁게 반응했다. 이 주제가 오랜 기간 주목받은 화두였기 때문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어권 일부 국가들은 축구를 ‘사커’라 부른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풋볼’로 표현한다. 이는 축구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1863년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당시 지역별로 제각각이던 축구 경기 규정을 통일해 ‘경기 규칙(Laws of the Game)’을 발표하면서 현대 축구의 근간이 만들어졌다. 아울러 ‘협회 축구(Association football)’라는 표현이 현대 축구를 일컫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이후 영국 내 일각에서 발만 쓰는 협회 축구는 ‘사커’, 손 사용이 가능한 럭비 풋볼(Rugby Football)은 ‘러거(rugger)’가 됐다. 협회(association) 단어에서 ‘ssoc’를, 럭비(Rugby)에서 ‘rug’를 떼내 각각 er을 붙여 만들었다. 흥미로운 건 사커라는 명칭이 영국에선 사문화된 반면,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널리 쓰이게 됐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풋볼’은 미식축구를 의미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미국에서 ‘풋볼’의 의미가 달리 쓰이다 보니 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8월 메이저리그축구(MLS) 진출 직후 손흥민(LAFC)도 기자회견에서 “축구를 ‘사커’ 또는 ‘풋볼’ 중 어느 쪽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난감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NFL이 지난 1922년부터 100년 넘게 사용한 명칭을 순순히 포기하는 상황은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미국이 내년 6월 FIFA 월드컵 본선 개최를 앞두고 있는 만큼 관련 논란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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