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정은, 푸틴에 '러시아 대사 사망' 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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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사망한 데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지난 8일 조전을 보냈다. 북·러 밀착에 기여한 핵심적인 인물이 다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김정은이 급을 따지지 않고 직접 예우를 갖춘 것이다.

지난 5월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전승절) 80주년을 맞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에게 노동당 중앙위원회·국무위원회·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내각이 러시아 지도부와 인민에게 보내는 '공동 축하문'을 전달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조전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를 대표하여 그리고 자신의 이름으로 푸틴 동지와 러시아연방 지도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와 위문"을 표했다고 9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마체고라 대사에 대해 "지난 30여년간 조로(북·러)친선관계 발전을 위해 한생을 바친 조선인민의 친근한 벗이며 동지"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외무부에서 대표적인 '북한통'으로 꼽히는 마체고라 대사는 1999년 주북한 러시아대사관 1등 서기관 근무를 시작으로 주북 러시아 대사관 공사참사관 등을 거쳐 2014년 12월 주북 러시아 대사로 임명됐다. 그는 부산 주재 러시아 총영사관에서 근무한 경험도 있다.
김정은은 이어 "조로(북·러) 관계가 오늘과 같은 굳건한 동맹관계로 강화 발전되어온 여정에는 두 나라 국가지도부의 뜻과 의지를 받들어 지칠 줄 모르는 정열을 깡그리 바쳐온 마체고라 동지의 헌신적인 노력이 역력히 깃들어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나라 관계발전이 중대한 역사적 국면에 들어선 지금과 같은 시기에 마체고라 대사를 뜻밖에 잃은 것은 참으로 비통한 일"이라며 "러시아 정부와 인민뿐 아니라 자신과 우리 인민에게 있어서 커다란 상실"이라고 애도했다.
최선희 외무상도 같은 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 조전을 보냈다. 최선희는 조전에서 마체고라 대사를 "조로(북·러) 두 나라 수뇌분들의 숭고한 의도를 받들어 쌍무친선협조관계의 백 년, 천년 미래에로의 대로를 더욱 굳건히 다져나가기 위한 여정에서 특출한 공헌을 한 다재다능하고 노련한 외교관"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0월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최선희 외무상 일행을 김정규 외무성 부상과 알렉산드로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배웅하는 모습. 노동신문=뉴스1.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마체고라 대사가 지난 6일 70세로 사망했다고 밝혔지만 사인은 언급하지 않았다. 주한 러시아 대사관도 9일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대사 명의의 애도문을 공개하고 "마체고라 대사는 북한을 누구보다 잘 알고 사랑한 사람"이라며 "70번째 생일을 맞이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역시 사인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의 사망 관련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 명의로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9일 공개한 애도문. 주한 러시아 대사관.
2015년 1월부터 10년 넘게 최장기 주북 러시아대사로 근무한 마체고라 대사는 최근 북·러 밀착의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그는 지난 10월 북·러 수교 77주년 연회를 비롯한 각종 고위급 행사를 주최하거나 참석했고, 러시아로 향하는 북한 대표단을 직접 배웅하는 등 활발한 공개 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5월에는 평양에서 러시아의 전승절 기념 연회를 주최했으며 이튿날 대사관을 찾은 김정은의 딸 주애의 볼에 입맞춤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9일 러시아의 전승절을 맞아 딸 김주애와 함께 주북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한 모습.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김주애의 볼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마체고라 대사는 부임 초기인 2015년 11월 북한 당국으로부터 '북·러 간 우호 협력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친선훈장 제1급을 받았고, 러시아 정부로부터는 2018년 우정 훈장, 2024년 알렉산드르 넵스키 훈장을 받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마체고라 대사가 지난달 21일 70번째 생일을 맞아 동료들의 축하를 받았으며, 지난달 말에는 모스크바 외무부 청사를 잠시 방문해 인사를 나눴다고도 밝혔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 텔레그램에 마체고라 대사의 마지막 동정은 지난 2일 게시됐다. 대사관은 "마체고라 대사가 지난달 말 러·북 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력위원회를 계기로 모스크바에 머무는 동안 모스크바의 한 대학교를 방문해 한국 관련 전공 학생과 만났다"고 전했다.
후임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러 관계가 심화되는 가운데 마체고라 대사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주북 러시아 대사 공백이 향후 김정은의 모스크바 답방 논의 등 양국 고위급 교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가 중요한 자리를 오래 비워두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어느 정도 중량급 인사를 보내는지가 북·러 관계의 현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10일 러시아 국영 미디어 그룹인 '로시야 세고드냐'의 세르게이 코체트코프 제1책임부주필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했다고 같은 달 11일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밝혔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이들을 맞이했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 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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