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그냥 쉬는’ 청년 73만명…그나마 취준생 10명 중 6명도 “기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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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한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면접을 보고 있다. 뉴스1

대학 졸업을 한 차례 미룬 김모(27) 씨는 취업을 반쯤 포기한 상태다. 대기업 같이 ‘번듯한’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다. 그나마 지난해 채용 공고가 올라올 때마다 지원했지만 면접 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20번 넘게 떨어지자 의욕도 사라졌다. 김 씨는 “그래도 수도권 대학을 나왔는데 아무 일자리나 갈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도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계속 이 일만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6명이 구직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취업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소극적 구직’ 상태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9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전국 대학 4학년 재학생 및 졸업생(유예·예정자 포함) 2492명을 설문한 결과 구직자의 60.5%가 소극적 구직자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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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소극적 구직자 중에는 실질적인 취업 준비나 계획 없이 채용 공고를 탐색하고 경험삼아 지원해 보는 ‘의례적 구직자’ 가 32.2%로 가장 많았다. 구직 활동을 ‘거의 안 함’은 21.5%, ‘쉬고 있음’은 6.8%로 조사됐다. 구직에 소극적인 이유로 37.5%가 ‘역량·기술·지식 부족에 따른 추가 준비’를 꼽았다. 이어 ‘구직 활동을 해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것 같아서’(22%), ‘전공 또는 관심 분야 일자리 부족’(16.2%), ‘적합한 임금수준 등 근로조건을 갖춘 일자리 부족’(13.6%) 순이었다.

대학생 10명 중 4명(37.1%)은 올해 대졸 신규채용 시장이 “지난해보다 어렵다”고 응답했다. 1년 전 조사에서 나온 응답(36.5%)보다 0.6%포인트 늘었다. 응답자의 32.5%는 취업 준비 기간이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적극적으로 구직 중인 대학생은 올해 평균 13.4회 입사 지원해 서류전형에 평균 2.6회 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소극적 구직자는 대학을 졸업하면 아예 취업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건강에 이상이 없는데도 구직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청년이 날로 증가세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20~30대 ‘쉬었음’ 인구는 73만6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다.

한경협은 ▶청년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는 줄었는데 ▶기업의 경력직·수시 채용이 늘었고 ▶입사 탈락 경험이 누적해 ‘학습된 무기력’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 활력을 북돋고, 정년연장 등 청년 일자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정책 추진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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