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매달 15만원 준다" 인구 늘어난 그곳…'예산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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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국 7개 군 지역에서 국비·지방비를 매칭해 추진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하 농어촌 기본소득)을 위한 지자체 예산 마련을 두고 최근 지역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경남에선 도의회 상임위원회가 지방비 부담 과중과 인구 유출 풍선효과 우려 등을 이유로 도비 예산을 전액 삭감,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또 막대한 농어촌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려 기초지자체가 농민수당 등 기존 복지 예산을 줄이면서 지역민이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방재정 거덜 난다”며 국·도비 지원 상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 소멸 위기의 농어촌 주민에게 연령·소득·직업과 상관없이 매월 15만~20만원(4인 가구 기준 60만~80만원)을 주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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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완 경남도의원(남해)이 9일 경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열린 경남도의회 앞에서 상임위원회가 삭감한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 도비 126억원 복원을 요청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비 부담 너무 커”…경남도의회 상임위 예산 전액 삭감

9일 경남 남해군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경남도의회 농해양수산위원회의 내년도 예산안 예비 심사에서 남해군 주민에게 지급될 내년도 경남도 분담액을 전액 삭감했다. 경남도와 남해군이 편성한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 전체 예산은 702억원으로, 국비 280억8000만원(40%)와 매칭해 도비 126억3600만원(18%), 군비 294억8400만원(42%)으로 구성되는 안이었다. 하지만 매칭 사업 특성상 도비가 지원되지 않으면 국비 지원이 불가능해져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 군비는 확보된 상태다.

도의회 농해수위는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이 ▶지방비 부담 과중 ▶인구 유입 풍선효과 우려 ▶위장 전입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인접 지역 인구 유출과 같은 다른 시군에 피해를 주는 선심성 정책이란 이유로 이같이 결정했다. 또 지난주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 부대 의견이라며 농어촌 기본소득에 도비 분담률이 30%로 국비를 배정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경남도 등에 통보, 의회 반발에 불을 지폈다.

실제 지난 8일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조인제(함안2) 도의원은 “공모 때 농식품부는 지역 여건에 따라 지방비 분담 비율을 조정 가능하도록 했다”며 “그런데 공모 선정 후 도비를 30%씩 일률적으로 부담하라고 하면서 공모 사업 신뢰성, 예측 가능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해예방·지역투자 사업에 필요한 도비를 제때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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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어촌기본소득 입법 촉구 500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농어촌 기본소득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농어촌기본소득 법안은 농어촌 읍·면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한 모든 주민에게 월 30만원(연 36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을 단계적으로 확대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뉴스1

남해군수 의회 설득 나서…道 “정부 상대 공동대응 나설 것”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남해군은 장충남 군수가 최학범 의장과 이경재 예결위원장, 예결위원들을 만나는 등 도의회를 설득하는 데 애쓰고 있다. 실제 장 군수는 지난 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소멸을 극복할 국가 시범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도의회의 도움을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밝혔다. 실제 감소세이던 남해군 인구는 지난 8월 말 3만9000여명에서 지난달 말 4만여명으로 1000명 넘게 늘었다.

도의회 예결특위가 열리는 9일 류경완 경남도의원(남해)이 의회 앞에서 상임위원회가 삭감한 도비 복원을 요청하며 삭발을 하기도 했다. 예결특위는 10일까지 도 예산안 종합심사를 거쳐 상임위가 전액 삭감한 도비를 살릴지 결정한다.

경남도는 우선 삭감된 도비 18%가 복원되도록 도의회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도비 30% 분담을 두고 정부를 상대로 다른 광역도와 공동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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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다른 지역에선 농어촌 기본소득 예산을 마련하려 농민수당 예산 등을 대거 삭감해 지역민이 반발하고 있다. 전북 순창군은 국비 40%를 제외한 지방비 60%를 도비·군비로 30%씩 분담하기로 한 가운데, 부족한 군비를 내년 농민수당·아동수당·청년종자통장 등에 투입될 예산을 줄여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순창 지역 농민단체는 “줬다가 뺏는 게 어딨어!”란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며 반발했다. 경북 영양군도 기존 농민수당에 투입하던 도비를 농어촌 기본소득 예산으로 편성, 농민수당이 1인당 연 60만원에서 34만원으로 줄게 됐다.

재원 마련하려 농민수당 삭감…“줬다 뺏냐!” 반발

도비 분담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군 지역에선 자체 군비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국·도비 증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농어촌 기본소득 전체 사업비로 587억원을 책정한 강원 정선군은 강원도가 도비 분담율을 12%로 축소 결정, 지역 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선군 사회단체연합회는 “정선군 분담액이 크게 늘어나 군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생기게 됐다”며 “도비 30% 수준의 재정 참여를 책임 있게 집행하라”고 요구했다.

충남 청양군도 예산 분담을 놓고 충남도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내년 농어촌 기본소득 전체 예산으로 540억원이 책정됐지만, 충남도는 도비로 10%만 지원하겠다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청양군은 나머지 20%에 해당하는 추가 부담액만 100억원에 달한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시범사업이라면 국가가 최소 80%는 부담해야 한다”며 예산 추가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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