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85세 원로배우 김지미, 미국서 별세…대상포진 후 건강 악화
-
3회 연결
본문

2019년 인터뷰 당시 배우 김지미 모습. 송봉근 기자
원로 영화배우 김지미(본명 김명자)가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0일 영화계에 따르면 김지미는 미국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최근 대상포진을 앓다 후유증으로 건강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1940년 충남 대덕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1957)로 데뷔한 이후 1990년대까지 700여편에 달하는 작품을 남겼다. 2010년 '영화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당시 붙은 '화려한 여배우'라는 타이틀은 그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고인은 덕성여고 재학 시절 미국 유학을 계획하던 중 우연히 김기영 감독에게 '길거리 캐스팅' 되면서 17세에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데뷔하는 과정에서 얻은 예명 '김지미'가 배우로서의 이름이 됐다.
성공적인 데뷔로 주목받은 그는 이듬해 멜로드라마 '별아 내 가슴에'(1958·홍성기)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비 오는 날의 오후 3시'(1959·박종호), '장희빈'(1961·정창화) 등에 출연하며 1960년대까지 이어지는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기를 수놓았다.

왼쪽 사진은 배우 김지미가 전성기였던 1975년 대종상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을 탔을 때 모습. 연합뉴스
그의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는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살인 사건들의 중심에 선 묘령의 여인을 연기해 '팜므파탈' 매력을 보여줬던 '불나비'(1965·조해원)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고인은 할리우드 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에 비견되기도 했다. 흥행 멜로드라마를 함께 만든 홍성기 감독, 당대 인기 배우 최무룡, 가수 나훈아 등과의 결혼 및 이혼은 스타로서 화려했던 삶의 일면을 보여준다.
김수용·임권택·김기영 같은 거장들과 작업하며 연기자로서의 지평도 넓혔다. '토지'(1974·김수용)에서 대지주 가문을 이끌어가는 안주인 역을 맡아 파나마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과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육체의 약속'(1975·김기영)에서 사랑에 빠진 죄수 역할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각각 받았다.
이산가족 아들을 찾아 나선 중년 여성을 연기한 '길소뜸'(1985·임권택)은 고인 연기력의 백미로 꼽힌다. 후시 녹음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로 완숙한 연기를 보여준 고인은 이 영화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고인은 1985년 제작사 '지미필름'을 설립하고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을 역임하는 등 작품 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한국 영화계를 지켜왔다.
김지미는 2019년 참석한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서 "배우로서, 인생으로서 종착역에 가까워져 가는 시간이 돼 간다"며 "저에게 사랑을 주신 여러분 가슴 속에 영원히 저를 간직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인협회는 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을 준비하고 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