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불가리아서도 총리 쫓아냈다…유럽까지 번진 'Z세대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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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동유럽 국가 불가리아에서 Z세대(1990년대~2000년대생)가 주도한 반정부 시위로 총리가 물러났다. 아시아, 아프리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Z세대 주도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유럽에서도 Z세대의 힘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로센 젤랸스코프 불가리아 총리는 11일(현지시간) 야당이 제출한 정부 불신임안 의회 표결 직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젤랸스코프 총리는 “모든 연령과 민족·종교의 사람들이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시민들의 뜻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수도 소피아에만 최대 15만명이 모였다. 이 중에는 대학생들도 있었고,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해외에서 온 이들도 있었다. 시위대는 “Z세대가 온다”, “Z세대 대(對) 부패”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했다. 수도 소피아의 국회의사당 건물 벽에 사퇴를 촉구하는 문구를 비추고, 대형 스크린을 놓고 정치인들을 조롱하는 영상을 상영했다. 소피아 뿐만 아니라 플로브디프, 바르나 등 불가리아 전역에서 수천 명이 모여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11일 소피아에서 로젠 젤랴스코프 불가리아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시위는 지난 11월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시작됐다. 불가리아는 오는 1월 1일부터 유럽연합(EU)의 유로존 가입을 앞두고 있는데, 유로화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첫 번째 예산안이었다. 시위대는 예산안에 담긴 사회보장 분담금 인상 계획이 정부의 부패를 감추기 위한 증세라며 반대했다.
정부의 예산안 철회에도 시위대의 분노는 잦아들지 않았다. 미디어 재벌 델리안 페에프스키의 정당의 연립 정부 지지가 문제가 됐다. 페에프스키는 부패 혐의로 미국과 영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인물이다. 시위대는 페에프스키가 여전히 정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1월 집권한 젤랸스코프 총리는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불가리아 싱크탱크 민주주의연구센터의 마틴 들라디미로프 연구원은 “이번 시위는 젊은 세대가 기득권 정치·경제 엘리트의 오만함에 맞서 싸울 만큼 충분한 시민 에너지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분노한 Z세대, 이번엔 유럽 강타

10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Z세대가 주도한 반정부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최근 세계 각국에서 부패와 불평등에 분노한 Z세대가 거리로 나오고 있다. 네팔과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유혈사태 끝에 정권이 붕괴했고, 인도네시아, 필리핀, 탄자니아에서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있었다. 이들은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조직돼 주로 엘리트층의 특권과 일자리 문제에 분노하는 경향이 있다.
불가리아 Z세대는 1989년 공산정권 붕괴와 이후 이어진 경제 위기를 겪지 않은 세대로 이번 시위가 이들의 사실상 첫 시위라 더욱 주목받았다. 불가리아는 2007년 EU 가입 이후에도 국제투명성기구에 의해 유럽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로 꼽혔다. 특히 고위급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해 국민적 분노가 높아졌다.
지난 4년간 총선을 7번 치를 정도로 불안정했던 불가리아는 이번 사태로 더 큰 위기를 맞았다. WSJ은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친(親)EU 성향의 내각과 달리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비판해왔다. 친러 성향의 라데프 대통령이 차기 총선에 출마한다면 유럽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영국의 위기분석기업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마리오 비카르스키 분석가는 “유로존에 막 들어가는 불가리아가 재정 정책과 관련된 사건으로 흔들리고 있다”며 “이는 유럽에 평판 리스크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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