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날아라 ‘스노보드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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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온이 12일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하프파이프 우승 후 기뻐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0대들이 날아오른다. 한국 스노보드 유망주들이 월드컵 무대에서 연일 메달 소식을 전하며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입상 전망을 밝히고 있다.
최가온(17)은 지난 12일 중국 장자커우 월드컵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보드를 타고 U자형 파이프 위를 가로지르며 공중회전과 그랩 기술을 펼쳤다. 2008년생 여고생이 세계 정상에 섰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최가온은 스노보드를 탈 수 없었다. 지난해 1월 스위스 월드컵, 착지 실패로 허리를 크게 다쳐 현지에서 수술받았다. 수술비만 7000만원. 롯데가 전액을 지원했다. 그렇게 재활하고 돌아온 무대에서 다시 금메달을 땄다.

14일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빅에어 은메달을 딴 유승은. [사진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14일 미국 콜로라도. 또 다른 여고생 유승은(17)이 빅에어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빅에어는 30m 높이에서 활강해 점프대를 타고 뛰어올라 회전 등의 기술을 겨루는 종목이다. 유승은의 은메달은 한국 스노보드 사상 빅에어 종목 월드컵 첫 메달이었다. 금메달을 딴 오니쓰카 미야비(일본)와의 차이는 불과 0.75점이었다.
여기에 남자 하프파이프 이채운(19)도 내년 올림픽 메달 후보로 꼽힌다. 이채운은 지난 2023년 국제스키연맹 세계선수권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역대 최연소(16세 10개월)로 우승했다.
한국 10대들은 왜 강할까. 체형이 유리하다. 박희진 대한스키협회 이사는 “알파인 스키는 힘과 스피드가 필요해 체격이 큰 북유럽 선수들에게 유리하지만, 스노보드는 피겨스케이팅이나 체조와 비슷하다. 유연하고 세밀한 아시아인이 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8·22년 올림픽 하프파이프 2연패를 달성한 한국계 미국 대표 클로이 김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체형만으론 설명이 안 된다. 아시아 최강 일본은 사이타마에 대형 훈련 시설을 갖췄다. 남자 스노보드 대회마다 1~3위를 일본 선수들이 독식한다. 한국엔 그런 시설이 없다.
대신 한국은 ‘선택과 집중’으로 승부했다. 유소년 대회를 열어 재능을 발굴하고, 어린 나이부터 체조와 피겨 기술을 접목한 훈련 캠프를 운영했다. 그중 두각을 나타낸 소수에게 협회가 연간 1억원(해외 약 200일 체류비)의 전지훈련비를 지원했다. 기업 스폰서도 연결해줬다. 롯데는 유망주에게 연간 5억원을 지원한다.
최명수 스노보드 국가대표지원팀 매니저는 “협회의 체계적인 발굴 시스템과 기업 후원이 만나 시너지를 냈다”고 말했다. 박희진 이사는 “내년 올림픽에서 스노보드 기술 종목 최초 메달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최가온은 “올림픽이 코앞이다. 최고의 무대에서 후회 없이 나의 런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17세 소녀의 꿈이 곧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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