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포커페이스가 웃었다, LPGA 뛸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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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LPGA 투어 입성을 앞둔 이동은은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앞선다”고 했다. 장진영 기자
프로골퍼 이동은(21)은 내성적이다. 말수가 적고 수줍음을 많이 탄다. 감정 표현도 절제하는 편이다. 동료 선수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는 친구”라 입을 모은다.
그런 이동은이 ‘포커페이스’를 잠시 멈췄다.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를 그리며 활짝 웃었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한 꿈의 무대에 입장하는 기쁨을 밝은 미소로 표현했다.
최근 LPGA 투어 Q-시리즈를 공동 7위로 통과해 미국 진출을 확정한 이동은을 15일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소속사(지애드스포츠) 사무실에서 만났다. “미국 현지 날씨가 워낙 좋지 않았다. 비도 많이 오고 기온도 떨어져 대회 내내 추위와 싸워야 했다”는 그는 “그래도 내년 시즌 출전권을 따내 정말 기쁘다. 이제껏 노력해온 시간에 대해 보답 받는 기분이 들어 행복하다”며 거듭 미소 지었다.
2004년생 이동은은 자타가 공인하는 장타 기대주다. 지난해 데뷔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254.14야드) 부문 전체 3위에 올랐다. 올 시즌엔 261.06야드로 늘려 장타왕이 됐다. 큰 키(1m70㎝)에서 나오는 파워가 비거리의 원천이다.
사실 이동은은 올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해외 진출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6월 한국여자오픈 제패 이후 생각을 바꿨다. 여자골프 세계 랭킹이 올라간 덕분에 7월 LPGA 투어 메이저대회 AIG 여자오픈에 참여한 게 골프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이동은은 “코스 컨디션과 연습장 상태 등이 국내와 전혀 달랐다. 오직 선수 만을 위해 조성된 환경을 보면서 새로운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면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골프를 하면 어떨까 상상하니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앞섰다. 그 순간 Q-시리즈 출전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어릴적 이동은과 아버지 이건희씨. [사진 이동은]
이동은은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성장했다. 아버지는 지난 1997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무대를 누빈 이건희(55)씨다. 어머니 이선주(47)씨는 KLPGA 투어 준회원이다. 외동딸은 어릴 적 아버지의 대회장을 따라다니며 자연스럽게 골프를 접했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용인 연습장에선 클럽과 공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다. 엘리트 코스를 밟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이동은은 “골프를 시작할 때부터 비거리에서 남자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학교에서 매일 뛰어다니고, 농구와 배드민턴을 하며 체력을 길렀다. 물론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골프 DNA가 경쟁력의 원천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동은은 멀리만 보내는 선수가 아니다. 지난해 그린 적중률 75.60%로 전체 10위였다. 올 시즌에는 77.11%로 6위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30개 대회에서 톱10 11차례, 우승 1회, 준우승 2회로 선전한 비결이다.

이동은이 어릴적 이건희씨 지도를 받으며 연습하는 모습. 이건희씨는 1997년부터 2013년까지 KPGA 투어에서 활약했다. [사진 이동은]
이동은은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결국 승부는 쇼트게임과 퍼트에서 갈린다’고 강조하신다”면서 “아버지가 조언 같은 잔소리를 하시면, 어머니는 내 편이 되어주신다. 어릴 땐 모든 이야기가 잔소리 같았지만, 돌이켜보면 결국 그 말씀이 맞았다”며 웃었다.
이동은의 롤 모델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표 스타 로리 매킬로이(36·북아일랜드)다. 그의 파워 넘치는 퍼포먼스와 골프를 대하는 진중한 자세에서 영감을 얻는다. 올겨울이 지나면 매킬로이가 활약 중인 미국 무대로 건너갈 이동은은 연말에 일단 휴식을 취한 뒤 내년 1월 미국 팜스프링스로 이동할 예정이다. 박민지(27)와 김재희(24)·이예원(22)·임진영(22) 등과 함께 훈련하며 3월 데뷔전(블루베이 LPGA)을 준비한다. 이동은은 “얼마 전 팬미팅 행사에 참여한 팬들께서 축하도 해주셨지만, 더는 한국에서 볼 수 없다며 아쉬워하셨다. 나 역시 감정이 복잡했다”면서 “지난해 데뷔 이후 정말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팬들을 위해서도 LPGA 투어에서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엔 함께 데뷔할 황유민(22)을 위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이동은과 황유민은 2022년 함께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절친한 사이가 됐다.
“(황)유민 언니와 함께 데뷔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큰 힘이 돼요. 하지만 신인상은 양보하지 않을게요. ‘선의의 경쟁’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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