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출범식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왼쪽 여섯째부터)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 등이 점등 버튼을 누르고 있다.. 변선구 기자

5년간 인공지능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150조원을 투입하는 국민성장펀드가 내년에 30조원 이상의 자금을 집행한다. 이 가운데 6000억원은 일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모펀드로 조성되고, 8000억원은 10년 이상 장기 투자하는 초장기기술투자펀드에 배정된다.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국민성장펀드 운용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11일 국민성장펀드 출범식 이후 처음으로 내년 구체적인 운용 계획을 공개했다.

국민성장펀드가 본격 가동되는 첫해인 내년에는 총 30조원+α 규모의 자금이 투입된다. 금융위는 수요가 30조원을 상회하더라도 적극 승인해 초기 정책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별로는 인공지능 6조원, 반도체 4조2000억원, 미래차·모빌리티 3조1000억원 등이 배정된다. 지원 방식별로는 직접투자 3조원, 간접투자 7조원, 인프라투융자 10조원, 초저리 대출 10조원으로 구성된다.

직접투자는 기업 증자나 공장 증설 등에 지분 투자 방식으로 참여한다. 차세대 AI 솔루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AI 로봇 생태계 구축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설립, 중소기업의 반도체용 특수가스 공장 증설 등과 관련한 투자 수요가 접수됐다.

간접투자는 첨단전략산업기금과 민간 자금이 공동으로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지분 투자를 집행하는 방식이다. 5조6000억원 규모의 정책성 펀드를 통해 블라인드 펀드 70%, 프로젝트 펀드 30% 구조로 메가 프로젝트에 민관이 함께 참여한다.

일반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국민참여형 펀드는 60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재정이 최대 20% 수준의 후순위 구조로 참여해 손실 위험을 완충한다. 재정 후순위 보강과 세제 혜택 등 세부 방안은 내년 1분기에 별도로 발표될 예정이다.

내년 국민성장펀드 지원 규모.

첨단산업 유망 기술기업에 10년 이상 투자하는 초장기기술투자펀드도 신설된다. 첨단전략산업기금 출자 비중을 75%로 높이고, 재정이 후순위 40% 수준으로 참여해 높은 위험을 보완한다.

기존 혁신성장펀드와 반도체생태계펀드 등 정책성 펀드는 국민성장펀드로 통합된다. 다만 기업 성장 단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스케일업 펀드는 5000억원 규모로 별도 신설된다.

10조원이 배정된 인프라투융자는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반 사업을 지원한다. 평택 반도체 공장 폐수 재이용 사업, 국가 AI 컴퓨팅센터, 첨단산업 지원 수상태양광 사업, 반도체 클러스터 집단에너지 발전사업 등이 투자 요청을 제출했다.

10조원 규모의 초저리 대출은 국고채 수준인 2~3%대 금리로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자금을 장기 공급한다. 자금 수요가 큰 경우 민간은행도 공동대출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

정부는 이달 중 기금운용심의회 위원을 위촉하고 1차 회의를 열 예정이다. 다만 기금 집행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위원 명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달 말까지 총 100여건, 153조원 규모의 투자 수요를 접수했으며 조만간 1호 투자처를 결정할 계획이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지역 기업 등이 고르게 참여했다.

금융위는 국민성장펀드 참여 금융회사에 대해 출자와 융자 업무와 관련한 면책 특례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