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법원 추천·1심 배제 與 내란재판법 수정…학계 "여전히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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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한민수 당대표 비서실장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6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한 차례 더 수정하기로 결론냈다. 야권 뿐 아니라 친여 진영에서도 위헌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심의·의결을 마친 법안을 본회의 상정 직전 다시 뜯어 고치기로 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논란 최소화를 위해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거쳐 수정안 내용을 확정했다. 우선, 법관 독립을 규정한 헌법 103조 위배 지적이 집중된 ‘법무부 장관의 내란전담판사 후보추천위 구성’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앞서 법사위는 법무부 장관과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각급 법원 판사들이 각 3명씩 추천해 9명의 추천위를 구성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학계·법조계뿐 어아니라 문재인 정부 법무부장관을 지낸 조국 대표마저 이 조항의 위헌성을 공개 지적하자 민주당은 결국 법원 내부에서 추천위를 구성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이와 관련해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대법관 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전담 판사를) 임명한다는 조항을 추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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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법사위 의결 후 여권 일각에서 “재판을 오히려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 1심 적용 조항도 백지화한다. 이대로라면 계엄 관련 피고인은 모두 현행 법원 배당 시스템에 따라 1심을 받고, 항소심부터 내란전담재판부가 심리한다. 박 대변인은 “(전담재판부 내에서도) 무작위 배당 원칙을 가능하게 하겠다”며 위헌·위법 논란 최소화를 강조했다.

민주당은 또 구속 기간을 기본 6개월에서 3개월씩 2회 연장하는 조항과, 내란 재판에서 유죄를 받으면 사면·감형·복권에서 제외하는 조항 역시 수정안에서 모두 삭제할 방침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최대 6개월인 기본 구속기간을 따르고, 사면·감형·복권도 별도의 사면법을 적용할 것”이라며 “외부 법무법인에 자문을 맡긴 결과도 이날 결론과 비슷한 취지”라고 말했다. 헌법상 평등 원칙 위배, 대통령의 사면권 침해 논란을 의식한 결과다. 법안명은 ‘12·3’과 ‘윤석열’을 뺀 ‘내란 및 외환에 관한 특별전담에 관한 법’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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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정청래 대표는 이날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 “법사위가 성안한 법안도 상당히 인정해야 하지만, 위헌 소지를 다 끊고 가야 한다. 많이 양보한 법사위원에게 박수를 쳐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추미애 위원장·김용민 간사 등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줄곧 “문제 없다”고 주장해 온 법안을 결국 수정하면서 일종의 양해를 구한 것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7시부터 법사위원들을 별도 소집해 1시간 남짓 비공개 회의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앞서 ‘위헌 소지 최소화’를 공개 당부한 대통령실 입장도 거론됐다고 한다. 한 법사위원은 “외부 추천이 왜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연내 처리를 위해 최종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위헌 요소를 모두 제거해 문제가 없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전담재판부 구상 자체가 위헌”이라고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통화에서 “전담재판부를 헌법이 아닌 법률로서 만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언제 적용하든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다른 재판부가 받아서 진행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윤진수 서울대 로스쿨 명예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에 “(판사 후보 추천이) 법원 내부인가, 외부인가가 문제가 아니고 사후적으로 전담재판부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오는 21~22일 국회 본회의에 내란재판부 설치법을 상정해 처리할 계획이다. 다만 최종안 공개 후 국민의힘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크고 작은 지적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날 조국혁신당이 “초안에서 미처 검토되지 못했던 법안의 문제점이 개선됐다”고 논평했지만, 혁신당 관계자는 “최종 법안을 보고 위헌성을 다시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성과 본질은 그대로”라고 반발했다. 법사위 소속 나경원 의원이 “독극물은 조금 덜어내도 독극물”이라며 “위헌의 탈을 한 꺼풀 벗었다고 해서 위헌이 합헌이 되지 않는다”는 글을 이날 페이스북에 올렸다. 주진우 의원도 “법 이름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뺐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특정 사람들만 겨냥한 법률은 위헌”이라며 “왜 1심과 2심 재판부 구성 방법이 서로 달라야 하나. 2심부터 적용하는 것도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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