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나는 재활훈련으로 뇌졸중 이긴 '왼손 피아니스트' 감동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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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피아니스트 이훈씨가 자신을 치료해준 서울성모병원 로비에서 감사의 연주회를 열었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한쪽 몸이 마비된 환자가 피 나는 재활 훈련 끝에 피아니스트가 돼 연주회를 열었다.
연주자는 뇌졸중을 극복한 '왼손 피아니스트' 이훈씨. 이씨는 16일 오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로비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30분간 4곡을 연주했다. 스크리아빈 프렐류드와 녹턴 Op.9, 고도프스키 명상곡과 엘레지, 쇼팽-고도프스키 연습곡 Op.10-3, 말로테 주기도송을 연주했다.
이번 공연은 재활 과정을 도와준 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 등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한다.
이씨는 2012년 미국 신시내티 음대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던 중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좌뇌의 약 60%가 손상돼 오른쪽 팔다리 마비와 실어증이 찾아왔다. 음악 활동은커녕 일상생활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귀국 후 서울성모병원에서 신경과 구자성 교수의 치료를 받으며 강도 높은 재활 치료를 이어갔다. 그리고 은사의 격려를 계기로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2016년 7월 서울성모병원 로비에서 ‘왼손 피아니스트’가 돼 연주했다. 뇌졸중 환자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상징적 무대였다. 당시 공연을 통해 감성이 오히려 더 풍부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신시내티대학 박사과정 지도 교수도 현장을 찾아 7회의 연주회를 마치면 박사 학위를 수여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듬해 음악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씨는 이후 롯데콘서트홀 ‘My Left Hand’ 독주회, 포스코재단 초청 의료진 감사음악회, 예술의전당 독주회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현재 사회적 기업 툴뮤직 소속 아티스트로 툴뮤직장애인예술단과 지샘병원장애인예술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올해 9월 자신의 스토리를 담은 에세이『나는 왼손 피아니스트입니다』를 출간했다.
서울성모병원 한필우 물리치료사는 “이훈 피아니스트는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연주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가은 작업치료사는 “치료실에서 클래식이나 피아노 음악이 나오면 음악에 깊이 집중하며 왼손으로 건반을 치는 연습을 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씨는 “병원에서 다시 연주회를 열게 되어 감회가 새롭고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의료진에게 감사하다"며 "재활 운동이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묵묵히 이어가다 보면 저처럼 건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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