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칼국수 일주일 내내 먹었다…89세 뇌과학자, 40대 뇌 유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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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희 박사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MRI(핵자기공명 단층촬영기)를 점검하고 있다. 중앙포토
평생 앞만 보고 달린 수레바퀴 같은 인생이었다.
누군가는 지루해하고 누군가는 바보같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을 되돌릴 순 없다.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미답(未踏)의 세계, 뇌의 신비를 벗기려 인생을 바쳤다.
생애 마지막까지 탐험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뇌과학자 조장희의 연구실. 각종 서류와 우편물이 책상에 쌓여 있다. 강정현 기자
구순(九旬)의 현역 과학자가 밝힌 출근길 소회다. 그의 연구실은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노(老)교수의 골방이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는 무대다.
‘한국에서 노벨상에 가장 가까운 과학자’
‘뇌 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주인공은 조장희(89·이하 경칭 생략) 고려대 석좌교수다. 지난달 5일 만난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등 명문 대학에서 받은 초청장을 보여줬다. 뇌 영상 분야의 세계적인 거목다웠다.
암·치매 등을 눈으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 건 조장희의 연구 덕이다. 그는 질병의 진단과 검사에 쓰이는 CT(컴퓨터 단층촬영)의 원리를 밝히고,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과 2T·7T MRI(자기공명영상)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왼쪽부터 조장희, fMRI를 발명한 오가와 세이지 박사, MRI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리처드 R. 에른스트 박사. 중앙포토
종일 뇌와 기계를 들여다보는 조장희의 지론은 “풀어야 할 퍼즐이 어려울수록 삶은 단순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자의 말에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떠올랐다. 선택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매일 같은 옷을 입는다던 것과 비슷한 이치일까.
〈100세의 행복2〉 이번화는 조장희의 ‘선택과 집중’ 실천법을 담았다. 인생에서 골치 아픈 과제를 상대하려면 에너지를 필요한 곳에 골라 쓸 줄 알아야 한다. 과학자답게 그는 추상적인 조언이 아니라, 바로 따라할 수 있는 식습관·운동·생활 루틴을 제시했다.
심플함의 미학, 50년째 지키는 루틴

조장희의 냉장고. 매일 아침 사 온다는 베이글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서지원 기자
조장희의 아침 식사는 시간도 메뉴도 50년째 똑같다. 매일 오전 8시쯤 출근하는 그는 학교 앞에서 베이글을 사 간다. 탕비실에 놓인 미니 오븐을 열어 보이면서 그는 “7분을 돌리면 딱 맞다. 그동안 커피를 내린다”고 했다.
‘점심 뭐 먹지?’라는 고민은 조장희에게 군더더기다. 어떤 때는 칼국수만 일주일 넘게 먹다가, 설렁탕에 꽂히면 또 일주일을 똑같이 먹는다. 술은 매년 크리스마스에 와인 한 잔 먹는 게 전부라고 했다.
미식과는 거리가 먼 생활, 먹는 즐거움 없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물었다. 연구실에서 직접 내린 커피를 취재진에게 따라주던 그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심플하게 정해진 대로 살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일이 없어요. 점심 메뉴를 고를 때 정말로 내가 고심하는 건 딱 하나인데….
(계속)
조장희는 “딴생각하지 않고 일 열심히 하는 게 건강에 최고 좋다”고 했다. 일을 해야 뇌에 피가 돌고, 뇌 건강이 몸 전체 건강의 핵심이란다. 일과 건강에 관한 그만 확고한 철학이 있었다.
65세도 한창 일할 어린 애야. 제자들이 은퇴식 하는 걸 보면 참 안타까워요.
그는 뇌과학자답게 모니터에 뇌 사진을 띄웠다. 40대부터 90대까지 뇌를 연령별로 촬영한 사진이었다. “여기 뇌에서 활성화한 부분을 보세요. 이 80대 건강한 사람이 40대보다 나아요. 관리가 중요한 거죠.”

조장희가 연구실에서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모습. 강정현 기자
에필로그: 90대의 프레젠테이션

조장희가 직접 준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가리키며 설명하는 모습. 강정현 기자
뇌는 인간의 신체에서도 ‘미지의 세계’, ‘신의 영역’이라 불립니다. 그 복잡한 뇌를 평생 들여다본 90대 과학자. 조장희를 만나기 전 취재진에겐 긴장감이 앞섰습니다.
‘너무 어려워서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 하며 그의 연구실 문을 열었습니다. 방의 주인보다 취재진을 먼저 반긴 건 커피 향이었습니다. 딱딱할 거라고 상상했던 과학자의 반전 매력이었죠.
조장희는 “여러분을 위해 발표를 준비했다”고 했습니다. 90대 노인이 한땀 한땀 만든 파워포인트(PPT) 자료는 첫인상부터 진귀한 풍경이었습니다.
그는 “뇌 건강은 나이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신도 90대이지만, 40대와 같은 ‘건강한 뇌’로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죠.
타고나길 건강 체질 아니냐고요? 조장희를 오래 봐온 연구실 직원들은 “교수님께서 젊었을 때 미치도록 사랑한 취미가 있다. 그게 건강에 평생 자산이 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 취미의 정체는 뭘까요.
지금도 ‘연구실의 현역’인 조장희는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선두 주자가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의 눈빛에서는 강한 투지가 보였는데요. ‘목표가 있는 자, 늙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노벨상을 타기 위해서 일한다는 건 있을 수 없고, 바보처럼 좋아서 했을 뿐”이라는 조장희. 겉으로 보기엔 지루해 보이는 일상이 어떻게 그가 사랑하는 일과 건강을 지켜줬는지 살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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