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윤영호 “전해 들어”, 한학자 “눈 안 보여”…통일교 수사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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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과 관련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발을 빼는 모습을, 한학자 통일교 총재는 관련성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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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연합뉴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전담수사팀은 17일 서울구치소에서 한 총재를 접견 조사했다. 윤 전 본부장은 앞서 김건희 특검에 여‧야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전달받았다고 진술하면서 최종 책임자로 한 총재를 지목했다. 하지만 윤 전 본부장은 금품 전달과 관련해 “전해 들었다”라거나 “한 총재와 만나는 걸 봤다”는 식으로 선을 긋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12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선 “최근 여러 오해를 받고 있고 뉴스에도 많이 나오는데 저는 만난 적도 없고, 제가 만난 적도 없는 분들에게 금품을 전달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팀 조사 당시 상황은 언급하면서는 “기억이 왜곡된 부분도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을 복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팀은 지난 15일 통일교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면서 영장에 금품 전달자로 한 총재를 기재했다. 윤 전 본부장의 특검 수사 진술조서와 구치소 방문 조사를 토대로 통일교의 조직적 지원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는 풀이가 나온다.

통일교는 “윤, 개인 일탈”

그러나 한 총재 측은 윤 전 본부장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입장이다. 통일교는 지난 11일 교단 차원의 입장문을 통해 “조직 차원에서 정치권력과 결탁하거나 특정 정당을 지원해 이익을 얻으려는 계획이나 의도를 가진 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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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 전 본부장이 정치권 접촉 등 주요 사안을 특별보고 형태로 한 총재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하지만, 한 총재는 사실상 실명 상태로 서면 보고를 받을 수 없었단 입장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면서 지시하기 어려운 만큼 윤 전 본부장 선에서 결정하는 일이 많았다는 취지다.

예고된 압수수색에 수사 난이도↑

통상적인 뇌물 수사의 경우 금품 공여자를 특정하고 진술을 확실히 한 뒤 시작하지만, 시작 단계인 공여자 특정부터 진술이 엇갈린다. 앞서 특검팀은 통일교로부터 1억원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구속 기소했다. 당시 윤 전 본부장의 동선과 전달 전 현금 사진 등을 토대로 추궁한 끝에 윤 전 본부장 진술을 끌어낼 수 있었다.

법조계에선 수사가 시작하기 전 내용이 공개되면서 수사의 난이도가 크게 올라갔다고도 우려한다. 윤 전 본부장이 법정에서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과도 접촉했다. 현 정부 장관급 인사도 있다”고 폭로한 이후 언론을 통해 전재수‧임종성‧김규환 의혹이 불거졌다. 특검팀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사건을 인계한 것도 이 같은 보도 이후다.

뇌물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뇌물이나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지목된 대상이 수사에 대비할 시간이 있었던 상황이라 증거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뇌물 사건은 준 사람도 처벌받기 때문에 진술이 흔들릴 것을 대비해 물증과 진술을 확보한 뒤 나아가야 하는데 이 사건은 시간적으로 그런 준비가 불가능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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