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대 신입생 119명, 입학 첫 주부터 휴학계 냈다…“의대 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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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

서울대 학생들만 가입할 수 있는 한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최근 “반수생 오픈챗을 열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채팅방에는 일주일 만에 60명이 넘는 학생들이 들어왔다. 이들은 “다들 휴학하고 반수하나요” “휴학하면 등록금 반환이 되나요” 등의 질문을 주고받았다. “의대 증원이 어떻게 되는지 보고 휴학을 결정하겠다”는 학생도 있었다.

13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2024학년도 신입생 휴학 신청 현황’에 따르면, 8일 기준으로 서울대 신입생 119명이 휴학을 신청했다. 개강 첫 주부터 전체 신입생(2051명)의 5.8%가 휴학계를 내고 캠퍼스를 떠난 것이다.

학부별로는 농업생명과학대학이 29명으로 가장 많았다. 공과대학이 26명, 사범대학이 17명으로 뒤를 이었다. 첨단융합학부도 총 정원(73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7명이 휴학계를 냈다. 윤석열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 정책에 따라 올해 신설된 학과이지만 신입생 이탈을 막을 수 없었다. ‘메디컬 계열’로 분류되는 약학대학과 수의과대학에서도 각각 4명, 1명의 휴학 신청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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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서울대는 반수 맛집?…“대부분 의대 진학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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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재수학원 홍보 현수막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입시업계에서는 의대 진학에 도전하기 위해 신청한 휴학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봤다. 서울대는 1학년 1학기부터 휴학이 가능해 이른바 ‘반수 맛집’ 또는 ‘메디컬 진학용 쉼터’라고 불린다. 2학기부터 휴학할 수 있는 연세대·고려대와 달리 입학과 동시에 휴학계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데 유리하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올해 재수종합반에도 서울대를 붙었지만 반수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대부분 의대 진학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신입생 사이에선 휴학뿐 아니라 자퇴 등 중도탈락률도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대학알리미 따르면 서울대의 중도탈락 학생은 2020년 120명에서 지난해 235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대를 포기하고 재수를 통해 의대나 상위권 학과 등으로 이동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공대 2학년생의 한 학부모는 “아들과 1학년 때 친하던 친구가 2학년 되니 하나둘 지방 의대, 한의대로 옮겨가더라”고 말했다.

이는 다른 주요 대학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울 주요 10개 대학(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 신입생 중 자퇴·미등록 등으로 중도탈락한 신입생은 2022년 기준 3537명으로, 전체 신입생 중 9.5%에 달했다. 최근 3년간 10개 대학 중도탈락률은 2020년 8.1%(2979명), 2021년 8.2%(3062명)로 증가하는 추세다.

“의대 정원 확정되면 반수 열풍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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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의대 증원 규모가 확정되는 4월 이후부터는 반수 열풍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2학년생인 이모씨는 “학생들 사이에 ‘수능 한 번 쳐볼까?’라는 농담 이미 널리 퍼져있다. 나는 올해 정말로 수능 볼 계획”이라며 “정원 규모가 결정되면 2학기부터는 본격적으로 휴학하고 수능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예를 들어 서울대 공대의 경우 지역 의대와 입학생의 수능 성적이 비슷하다”며 “상위권 대학생일수록 본인이 가고 싶은 의대의 증원 규모를 보고 난 후 반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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