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성주 연금 이사장 "청년용 공공주택에 기금 투자" 전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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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제19대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이 17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이 17일 취임식에서 "국민연금을 청년 공공주택에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연금 전문가들은 "수익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저의 오래된 꿈도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국민연금이 심각한 주택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내 집 마련 후로 결혼을 미룬 청년들과 보금자리를 원하는 신혼부부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며 "적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는 재원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왜 국민연금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면서 심각한 한국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 한 푼도 투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며 "공공주택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결혼과 출산을 촉진하여 인구 절벽을 극복하고 연금가입자를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네덜란드의 예를 들었다. 주택의 40%가 사회주택이고, 이의 70%를 연기금이 투자해 건립했다고 한다. 모든 국민에게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는 싱가포르 사례도 들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우리와 협의한 바 없다. 이사장 개인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 투자 결정 권한이 없다. 기금운용위원회(위원장 보건복지부 장관)가 결정한다. 다만 국민연금법에 노인·아동·장애인 복지시설을 설치해 운영할 수 있게 돼 있다. 기금 운용 지침에는 매년 신규 여유 자금의 1% 내에 복지사업에 투자할 수 있게 돼 있다. 단 수익률 등 요건을 충족하고 기금운용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복지부는 20여년 전 노인시설 투자 등을 검토했으나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없던 일이 됐다.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년주택 건설은 국가 재정으로 할 일이다. 국민연금을 쓴다는 것은 수익성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라며 "현재 연금기금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수익이 나기 때문에 하는 것인데 그걸 갖다가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연금 기금은 미래 세대에게 돌려줄 가입자의 자산인데, 그걸 재정사업에 쓰자는 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도 "공공주택 투자는 수익성이라는 기금운용의 기본원칙과 부딪힌다. 그나마 최소한 국채 금리 정도의 수익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수익이 나지 않는데도 복지 지출하듯 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자를 받을 것이라면 LH가 공채를 발행해서 자금 조달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연금 재정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니 더 낫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취임사에서 김성주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더 높은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투자 다변화하겠다"며 "한국이라는 좁은 연못에서 나와 오대양, 6대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MBK-홈플러스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위탁운용사가 투자한 기업이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게 기금 투자와 평가 방식을 개선하겠다"며 "투자 전 과정에 ESG 요소를 체계적으로 반영하여 기업의 장기 가치를 높이고 건전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도록 수탁자 책임 활동을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한 김 이사장은 "154조원에 달하는 ‘치매 머니’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 치매신탁 사업을 시작해 재산을 잃지 않도록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제19대, 21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을 지냈다. 2017년 11월~2020년 1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재직 중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중도에 그만뒀다. 연금공단 소재지인 전주 병에서 당선됐다.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혁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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