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범과 몸싸움을 벌이는 보리스 거먼. 사진 호주 9뉴스 유튜브 캡처

호주 시드니 유대인 축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진 한 60대 부부가 총격범을 저지하려 한 모습이 인근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16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보리스 거먼(69)과 그의 아내 소피아(61)는 시드니 본다이 비치 총격 테러 현장에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용감하게 나섰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고 유족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지난 14일 오후 본다이 비치에서 열린 유대인 명절 하누카 축제 행사장은 사지드 아크람(50)과 나비드 아크람(24) 부자의 총격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15명의 희생자를 낳은 이번 참사에서 총격범들을 막으려던 거먼 부부는 가장 먼저 숨졌다.

사건 현장 주변 차량 블랙박스에는 보리스가 총격범 중 한 명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총기를 빼앗는 장면이 찍혔다. 이 과정에서 부부는 함께 넘어졌고 보리스가 다시 일어나 총으로 총격범을 가격하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하지만 총격범은 다른 총기로 두 사람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은 "보리스와 소피아를 잃은 고통을 그 무엇도 덜어줄 수 없지만, 그들의 용기와 이타심에 우리는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은 보리스와 소피아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대로 보여준다"며 "본능적으로 또 이타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 했던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거먼 부부의 용감했던 마지막에 대한 증언도 이어졌다. 블랙박스 영상을 소유한 여성은 로이터 통신에 "거먼씨는 도망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총을 뺏으려 했다"며 "목숨 걸고 끝까지 싸웠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도 "그는 영웅이었다"며 "총알이 날아다니는 상황에서 스스로 위험에 뛰어들었다"고 호주 9뉴스에 전했다.

유족에 따르면 유대인이었던 이들은 결혼 34주년을 맞은 부부로, 내년 1월 35주년을 축하할 예정이었다. 보리스는 은퇴한 정비공으로 도움이 필요한 누구에게나 손을 내밀었으며, 소피아는 현지 우체국에서 일하며 동료들과 지역사회로부터 사랑받았다.

유족은 "본다이 지역 주민이었던 두 사람은 정직하고 성실한 삶을 함께 살아왔고 만나는 모든 이를 친절, 따뜻함, 존중으로 대했다"며 "이들은 우리 가족의 중심이었으며, 이들의 부재는 헤아릴 수 없는 공허함을 남겼다"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