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군이 유조선 호위” 석유 수출 강행하는 베네수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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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베네수엘라 소속 제재 대상 유조선을 ‘전면 봉쇄’하자, 베네수엘라 정부가 해군을 동원해 유조선 호위에 나서며 맞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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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스키퍼호를 나포했다. AP=연합뉴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밤부터 17일 아침까지 해군을 투입해 원유와 석유 부산물을 실은 선박들을 호위하며 출항시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질소 비료와 석유 코크스 등을 실은 선박 여러 척이 베네수엘라의 주요 항구인 호세항을 떠나 아시아쪽으로 향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의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재를 위반한 베네수엘라 유조선에 대해 “전면 봉쇄”를 지시하고 베네수엘라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한 직후 시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을 나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군은 이날 동태평양의 공해상에서 마약 밀수에 관여한 선박을 공격해 4명을 살해했다고도 밝혔다. 군에 따르면 해당 선박은 동태평양의 알려진 마약 밀수 루트를 따라 이동 중이었으며, 마약 밀수 활동에 관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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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동태평양의 공해상에서 마약 밀수 관여된 것으로 추정된 선박이 미군의 공습을 당했다. 사진 미군

미국의 조치에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정부를 위협해 석유를 훔치려는 수작”이라고 규정하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원유 수출을 유지하겠다”고 반발했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 역시 “원유와 석유 부산물 수출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관련 선박들은 완전한 안전과 운영 보장을 받으며 항해 중”이라고 일축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미국의 지속적인 침략 행위”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유엔 대변인에 따르면, 회의는 오는 23일 열릴 예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과 베네수엘라 양측에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존중하며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멕시코와 브라질 등 남미 정상들은 조속한 대화와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중국은 “모든 일방적 괴롭힘에 반대하며 각국의 주권·민족 존엄 수호를 지지한다”는 외교부 장관의 입장을 밝히며 베네수엘라를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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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FP=연합뉴스

미국의 봉쇄 조치 여파로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요동치고 있다. 17일 기준 베네수엘라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556%로 치솟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는 6월 말 219%, 2024년 45%와 비교해 급격한 상승치다. 다만 통신은 “베네수엘라는 과거 연간 10만%를 넘는 초인플레이션을 겪은 전력이 있고, 소비 시장의 상당 부분이 이미 달러화됐다”라고 덧붙였다.

금융시장은 정반대 분위기다. 베네수엘라 국채 가격은 달러당 33센트에 달하면서 2019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PDVSA가 발행한 채권 가격 또한 크게 상승했다고 한다. 한 글로벌 신흥시장 투자사 대표는 “마두로 정권 교체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FT에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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