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굿뉴스’ 이어 하이재킹 사건이 또…역사에 상상력 더한 ‘메이드 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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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코리아'는 1970년대 혼란과 도약이 공존했던 대한민국,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아 부와 권력의 정점에 오르려는 사내 백기태(현빈 분)와 그를 끝까지 추적하는 검사 장건영(정우성 분)이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사건들과 직면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10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굿뉴스’에 이어 또 한 번 더블 하이재킹 사건(일본항공 351편 공중 납치 사건)이 호출됐다. 이번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다. ‘굿뉴스’가 실존 사건을 여러 각도로 보여준 블랙코미디라면, ‘메이드 인 코리아’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상상력을 더했다는 점에서 익숙함과 궁금증을 동시에 남긴다.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1~2화 리뷰
24일 공개되는 ‘메이드 인 코리아’(6부작)는 1970년대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국가를 사적인 수익모델로 삼아 부와 권력의 정점에 오르려는 백기태(현빈)와 그를 무서운 집념으로 추적하는 검사 장건영(정우성)의 대립을 그린다. 영화 ‘내부자들’(2015)을 연출한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영화 ‘보통의 가족’(2024)을 공동 집필한 박은교·박준석 작가가 극본을 맡았다.
작품은 더블 하이재킹 사건을 비롯해 대통령 암살, 중앙정보부의 만행 등 제작진이 꼽은 1970년대의 주요 사건들을 매회 끌어온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되, 주인공의 서사와 엮어 완전히 가상의 이야기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이다.
1화에서는 백기태가 납치 비행기에 탑승해 있었고, 기내에서 범인들을 역인질 삼아 사건을 해결했다는 설정이 더해진다. 그는 일본 마약상을 만나기 위해 마약을 가방에 숨기고 후쿠오카로 향하던 중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렸다. 백기태가 적군파 조직원들을 단숨에 휘어잡는 설정은 판타지적으로 다가오지만, 동시에 인물의 비범함을 단번에 각인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다. 다만 이 선택은 작품이 현실의 밀도보다는 극적 설정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한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 때문에 ‘메이드 인 코리아’는 권력 구조를 사실적으로 파고들었던 ‘내부자들’과는 분명히 다른 결을 보인다. 대신 빠른 전개와 강한 캐릭터 설정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붙든다. 또 우 감독이 신경써 연출한 1970년대 공간의 재현이 돋보인다. 한국보다 당시의 흔적이 더 많이 남아 있는 일본 고베에서 한 달간 촬영했다고 한다. 화면에서도 1970년대 특유의 질감은 비교적 설득력 있게 살아난다.
그럼에도 굳이 하이재킹 사건을 서두에 끌어들여 마약 이야기를 시작해야 했을까는 의문으로 남는다. 두 달 전 ‘굿뉴스’가 같은 사건을 참신하게 변주하며 서사의 필연성을 확보했던 것과 비교하면, ‘메이드 인 코리아’의 선택은 흥미를 끌기 위한 장치에 머문 인상이다. 이런 비교에 대해 우민호 감독은 15일 제작발표회에서 “‘굿뉴스’는 변성현 감독의 좋은 작품으로 들었지만 아직 보지 못했다”며 “비교해서 재미있게 봐달라”고 말했다.
2화에서는 이야기의 방향이 보다 분명해진다. 백기태의 본격적인 마약 거래가 드러나고, 이를 쫓는 검사 장건영이 등장하며 두 인물의 대립 구도가 전면에 떠오른다. 장건영은 권력과 범죄가 뒤엉킨 구조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인물로, 집요함과 고집으로 서사를 끌고 간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정우성은 장건영에 대해 “집요하고 고집스러운 인물”이라며 “자신의 직업관과 임무를 끝까지 붙들고 가는, 맡은 바는 반드시 해내려는 집념의 사나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선택 이유로는 “‘메이드 인 코리아’는 실존 사건 속에 가상의 인물을 두고 완전히 상상의 이야기로 끌고 갔다”며 “이 대담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과감함은 우민호 감독의 자신감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여태 했던 작품 중 가장 재미있게 찍었다. 제 작품 중 제일 재미있을 것”이라며 작품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우 감독과 전작인 영화 ‘하얼빈’(2024)을 함께한 현빈 역시 감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작품을 택했다고 밝히며, 실존 인물을 연기했던 전작과 달리 가상의 이야기에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을 기대 요인으로 꼽았다.

우민호 감독(왼쪽부터), 배우 박용우, 노재원, 강길우, 정성일, 원지안, 서은수, 우도환, 정우성, 현빈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열린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사진 뉴시스
짧은 6부작 구성에도 불구하고, 시대극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출연진은 촘촘하다. 현빈과 정우성을 중심으로 우도환, 조여정, 서은수, 원지안, 정성일, 노재원, 박용우, 일본 배우 릴리 프랭키까지 폭넓은 캐스팅이 서사를 떠받친다. 여기에 작품 곳곳에는 예상치 못한 반가움도 숨어 있다.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의 인사팀장 역으로 인상 깊었던 이현균,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의 할아버지로 얼굴을 알린 이규회,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문동은의 선배로 등장했던 강길우 등 짧은 등장만으로도 존재감을 남긴 배우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24일부터 순차 공개되며, 마지막 회는 1월 14일 공개된다. 남은 회차에서 이 대담한 상상력이 단순한 설정을 넘어 서사적 필연으로 작동할 수 있을 지가 작품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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