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간선거 의식?…트럼프, 대마초 등급 ‘마약→진통제’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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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마리화나(대마초)를 통제물질법(CA)상 1급 규제 약물에서 3급으로 낮추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급 마약인 헤로인·LSD 등과 같은 범주에 있던 마리화나를 케타민·일반 진통제·테스토스테론 등 의약품의 일종으로 본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리화나에 대한 규제 수위는 낮추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았다. AP=연합뉴스
마리화나 규제 완화는 선거의 ‘단골 메뉴’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 마리화나 합법화를 공약한 뒤, 2022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실제 규제 완화 검토를 지시했다. 이날 마리화나에 대한 규제 완화를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도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다.
‘합법화’와는 차이…“마약 정책 주요 전환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재분류 명령은 마리화나 관련 의학 연구를 쉽게 만들어 효능과 잠재적 위험, 미래 치료법을 연구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규제 완화가 연방 차원의 ‘합법화’와는 차이가 있음을 강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마릴로에 위치한 글래스 하우스 팜스(Glass House Farms) 개화 온실 내부에서 대마초 식물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면서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통증을 다루는 데 의료용 마리화나가 과학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관련 연구 결과를 함께 제시했다. 마약 유입 차단을 위해 트럼프 정부의 초강경 이민정책을 옹호해 온 강경 지지층을 의식한 말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의 40개 주(州)와 워싱턴DC는 이미 의료용 마리화나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24개 주에선 오락 목적의 마리화나 이용까지 허용한다. 그러나 연방 차원에선 1급 규제 마약으로 분류돼 있었기 때문에 주법과 관계없이 연방법상 기소 대상이 돼 왔다.

시애틀의 '오락 목적' 마리화나 판매점 '스타 버즈'에 특별 할인 판매를 알리는 광고판이 붙어 있다. AP=연합뉴스
AP통신은 이날 행정명령에 대해 “연방 마약 정책의 주요한 전환점”이라며 “마리화나의 오락용 사용을 합법화하지는 않지만, 마약 규제 방식을 바꾸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로비의 결과”…선거 앞둔 ‘일석이조’ 효과?
CNN은 이번 결정에 대해 “마리화나 업계의 강력한 로비 활동의 결과로 나온 조치”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이번 재분류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연락해 온 적은 처음”이라며 관련 기관 및 단체의 강한 요청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리화나를 1급 통제마약에서 3급으로 낮추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마리화나의 의약적 활용이 허용되면 관련 기업은 세제 혜택은 물론 상장을 통한 사업 확대 등이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규제 완화 가능성이 제기됐던 지난 12일 미국 대마 산업 생태계에 집중하는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은 54% 급등하며 사상 최대폭의 상승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결정이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둔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마리화나에 대한 규제 완화는 젊은 층을 비롯해 흑인과 히스패닉 등 미국 내 소수인종에서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 아예 ‘마리화나 합법화’를 공약하고 당선됐다.

워싱턴주 시애틀 소재 '씨 오브 그린 팜스'에서 미리 말아 놓은 마리화나가 진열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해 대선에서 처음으로 마리화나 정책 변경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흑인과 히스패닉으로부터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는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물가 지표에 ‘환호’…“데이터 왜곡됐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이날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에 그치며 시장의 예상보다 낮게 집계되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은 계속 하락하고 임금은 계속 오르면서 미국은 역사적 경제 호황을 향해 가고 있다”며 환호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슈퍼마켓에 진열된 쇠고기. 로이터=연합뉴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특히 “이는 바이든이 초래한 사상 최고치인 9%의 인플레이션 위기와는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 때인 2020년 6월 미국의 CPI는 9.1% 상승하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바이든 퇴임 당시엔 3.0%로 안정됐다.
그러나 백악관의 반응이 나온 직후 시장에선 “통계가 왜곡됐다”는 논란이 퍼졌다. 노동통계국은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때 예산 편성이 중단된 것을 이유로 10월 CPI 수치를 발표하지 않았다. 특정 기간의 CPI가 공개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통계국은 셧다운을 이유로 기존 보고서 발표 때 담겼던 주요 데이터 중 일부를 빼거나, 비조사 데이터로 대체해 통계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지역에서 할리우드 간판과 함께 휘발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대국민연설에서 휘발유 가격이 2달러 초반으로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성탄절 3일 쉬라”…공개 행사 중 또 ‘꾸벅’
전날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국민 연설에서 “내년 봄은 사상 최대 규모의 ‘환급 시즌’이 될 것”이라며 ‘현금 살포’에 가까운 감세 계획을 발표하며 여론의 불만을 달랬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은 크리스마스 이브와 다음 날인 26을 모두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리화나에 대한 연방 규제 완화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진행된 참석자들의 발언 도중 졸고 있는 듯한 모습을 노출시켰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리화나에 대한 연방 규제 완화를 권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진행된 참석자들의 발언 도중 졸고 있는 듯한 모습을 노출시켰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의 ‘선심’에 따라 올해 미국의 크리스마스는 3일 연휴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인 2019년과 2020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공휴일로 지정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사흘을 연휴로 만든 것은 처음이다.
한편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마리화나 규제 완화와 관련한 행정명령 서명식 도중 트럼프 대통령은 졸음을 참지 못하고 꾸벅꾸벅 졸거나 잠을 참기 위해 위를 쳐다보는 모습이 반복적으로 생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의 나이를 문제 삼아 ‘건강이상설’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당선됐지만, 그 역시 최근 군사 퍼레이드, 각료회의 등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조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건강이상설에 휩싸인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현재 나이는 79세로 그는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최고령인 상태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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