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발레 ‘숨비소리’ 혁신이용권 통해 전통예술 현대적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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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베트남 달랏의 야외 특설 무대. 3,000여 명의 현지 관객이 숨을 죽인 채 무대 위를 응시했다. 거대한 3면 커브 스크린에 3D로 구현된 제주의 푸른 바다가 넘실대고, 해녀복을 모티브로 한 발레리나들이 우아한 몸짓으로 물살을 갈랐다. 청미르발레단이 선보인 창작 발레 ‘숨비소리’의 한 장면이다. 한국의 전통 유산인 ‘해녀’의 삶을 현대적 발레와 기술로 풀어낸 이 공연은 현지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K-전통예술’의 저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성공적인 무대 뒤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이 지원하는 ‘전통문화 혁신이용권’ 사업이 있었다. 이 사업은 전통문화 기업이 기술혁신, 신제품 개발, 홍보마케팅 등 필요한 서비스를 바우처(이용권) 형태로 지원받아 비즈니스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청미르발레단은 이 사업을 통해 순수 예술이 ‘기술’을 만났을 때 얼마나 강력한 콘텐츠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를 남겼다.
〈사진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청미르발레단 임정미 단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통의 디테일, 기술이 필요했다”… 혁신의 시작
2008년 창단한 청미르발레단은 전통 설화와 지역 문화를 창작 발레로 구현하는 전문 예술 단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늘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었다.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 할 때마다 부딪히는 ‘기술적 한계’였다.
청미르발레단 임정미 단장은 “숨비소리는 해녀의 삶과 문화적 상징성을 다루는 작품인 만큼 디테일이 생명이었다. 그러나 기존 해녀복 소재를 그대로 사용하면 움직임에 제약이 생기고, 다른 소재를 쓰면 특유의 질감을 구현하기 어려워 제작에 큰 난관이 있었다”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기술을 보유한 공급기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전통문화 혁신이용권 사업에 참여했다”라고 밝혔다.

〈사진2,3. ‘2025 한-베트남 팝업 FESTA in DA LAT’ 공연 현장〉
땀 흘리는 해녀복, 춤추는 파도… 협업으로 완성한 ‘기술 융합 모델’
청미르발레단은 두 곳의 전문 공급기업과 손잡고 과제 해결에 나섰다. 먼저 소재 기술 전문 연구기관 ‘한국실크연구원’과는 무대 의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격렬한 움직임이 많은 발레 특성상 기존의 해녀 복식은 무용수에게 제약이 많았다. 한국실크연구원은 전통 해녀복의 투박한 질감과 물질 도구의 디테일은 살리되, 신축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현대적 고기능성 소재를 적용해 무용수의 안전성과 표현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사진4,5. 한국실크연구원과 협업해 제주 해녀 복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기능성 무대 의상〉
무대 연출은 영상 기술 기업 ‘제이투모로우원’과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이들은 해녀의 숨결과 물결, 어촌의 풍광을 정교한 3D 렌더링 기술로 시각화했다. 특히 3면 커브 화각의 무대 환경에 최적화된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작품의 서사와 감정선을 극대화하며 관객을 제주의 바닷속으로 초대했다.
임 단장은 “전통문화 혁신이용권 공급기업들이 가진 전문기술인 AI 디지털 영상 제작 기술과 의류 소재 연구 역량이 이번 공연을 기획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라며 “전통문화와 전문기술의 연결을 지원하는 ‘협업 프로세스’를 통해 향후 다른 작품을 기획할 수 있는 R&D 자산을 얻게 되었다”라고 언급했다.
〈사진6. 제이투모로우원의 3D 미디어아트 영상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이는 청미르발레단〉
“전통은 소재가 아닌 플랫폼”… 글로벌 무대를 겨냥하다
이번 사업의 성과는 단순한 공연의 성공을 넘어선다. ‘2025 한-베트남 팝업 FESTA in DA LAT’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어 3,000여 명의 외국인 관객에게 한국의 미(美)를 알린 것을 시작으로, 내부적으로는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옳다라는 자부심을 갖게 했다.
〈사진7. 베트남 관객 3천여 명이 청미르발레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인식의 전환’이다. 임 담장은 “협업 과정을 통해 전통예술의 보존이 단순한 재현에 그치지 않고, 기술과 만나 무한히 확장될 수 있음을 실감했다”라며, “전통문화는 소재 활용뿐만 아니라, 전문기술과 연계하여 확장 가능한 창작 기반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라고 강조했다.
청미르발레단은 이번 대상 수상을 발판 삼아 해외 무대 확대를 포함한 장기 비전을 준비하고 있다. 해녀뿐만 아니라 농경, 의례 등 다양한 전통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관객 참여형 공연·가상공간 확장형 공연 등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일 수 있는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임 단장 “전통-기술-예술을 잇는 지속 가능한 창작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한국의 전통과 현대 무용을 결합한 독창적인 작품으로 글로벌 공연 시장에 당당하게 도전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본 기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협조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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