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폐경왔는데 또 생리한다고? 女 삶의 질 결정지을 폐경의 모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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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월경 후 12개월 이상 월경이 없다면 폐경으로 본다. 사진 중앙포토 DB
여성은 누구나 50세 전후로 폐경에 이른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생리 주기의 변동성이 커지는 45세 이후 월경이 오락가락하면서 길어지다 어느 순간 끊어진다. 마지막 월경 후 12개월 이상 월경이 없다면 폐경으로 진단한다.
그저 매달 겪던 월경(생리)가 사라졌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생에서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뼈를 만들고 혈관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10분의 1수준으로 급감한다. 이로 인해 얼굴·목·가슴 등이 붉어지면서 불쾌한 열감을 겪는 열성 홍조, 밤잠을 설치는 수면장애, 우울·불안 등 감정 기복, 방광·질·요도 등 비뇨생식기의 위축성 변화로 배뇨 시 작열감, 절박뇨 등 다양한 증상을 겪는다. 성생활도 불편해진다.
여성은 여성호르몬에 의해 성장하고, 아프고, 늙는다. 폐경 이후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기 삶의 질이 달라진다. 이지영(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회장)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에게 소홀하기 쉬운 폐경 증상과 올바른 치료·관리법에 대해 들었다.
- 월경이 완전히 끊기고 나서 폐경 증상이 나타난다
(X) 의학적으로 폐경은 마지막 월경 후 12개월 이상 월경이 없다면 폐경으로 본다. 여성의 평균 폐경 나이는 49.9세다. 그런데 폐경 증상은 월경 주기가 불규칙해지는 40대 중반부터 조금씩 나타난다. 실제 40~69세 여성의 80%는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면서 열성 홍조·피로감·불면증 같은 폐경 증상을 경험한다. 그뿐이 아니다. 고지혈증·골다공증 등 예상치 못한 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다.
폐경 증상의 양상·강도·빈도·기간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가볍게 1~2년 만에 지나기도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강렬한 폐경 증상으로 10년 이상 고통을 겪기도 한다. 일상이 불편할 정도로 폐경 증상이 심하다면 산부인과 진료로 정확한 상태를 살피는 것이 좋다.
- 폐경 후 10년 이내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골다공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O) 폐경이 전신 건강에 미치는 파급력은 강력하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90%나 줄면서 뼈가 빠르게 약해져 골다공증 발병 위험이 커진다. 골밀도는 폐경 3~5년 이내에 빠르게 소실된다. 호르몬 치료는 폐경과 관련된 골 소실을 막아 뼈가 약해지면서 생기는 골다공증 골절 빈도를 줄여준다.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1년 동안 호르몬 치료를 시행했더니 요추의 골밀도는 2.2%, 대퇴골은 1.26%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다.
특히 폐경 증상이 심하다면 의학적 효과가 검증된 호르몬 치료를 고려한다. 이지영 교수는 “폐경 초기에 급격하게 줄어든 여성 호르몬을 보충하는 호르몬 치료로 폐경 이후 건강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폐경학회에서도 폐경 여부와 상관없이 증상이 있으면 호르몬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폐경이라도 잘 관리하면 다시 몸 상태가 좋아져 월경을 할 수 있다
(X) 대표적인 오해다. 이지영 교수는 “마지막 월경에서 12개월이 지나 폐경으로 진단됐는데 하혈하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폐경 이후 난소 기능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폐경 후 하혈은 자궁내막암을 의심해야 하는 강력한 징후다. 폐경으로 월경이 끊겼는데 다시 월경을 하는 것처럼 하혈한다. 자궁내막암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80~90%는 폐경 후 하혈, 질 분비물 증가 같은 증상을 겪는다. 폐경 후 비정상 질 출혈이 생겼다면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질 초음파 등으로 자궁 내막 상태를 살펴봐야 한다.
- 폐경 여성이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암이 생긴다
(△) 논란이 있다. 다만 최근엔 호르몬 치료가 폐경 여성에서 암 발생 위험을 일률적으로 높인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미 식품의약국(FDA)도 폐경 증상 완화를 위한 모든 호르몬 치료제의 블랙박스 경고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지영 교수는 “호르몬 치료와 관련된 과장된 불안감이 줄어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르몬 치료의 안전성 논란은 2002년 여성건강 이니셔티브(WHI) 연구로 촉발됐다. 이후 폐경 증상으로 힘들어도 호르몬 치료를 주저하는 경우가 늘었다. 막연한 불안감에 호르몬 치료보다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거나 식이요법, 운동 등 생활 습관 변화에 중점을 두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호르몬 치료와 관련한 암 위험은 호르몬의 종류, 투약 기간, 개인의 특성에 따라 연구결과가 상이하다.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호르몬 치료의 안전성을 재확인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뼈 ·생식기 등 필요한 부위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도록 설계된 기전을 가진 호르몬 치료제(티볼론 등)는 유방암·자궁내막암 치료 후 환자의 예후에 부정적인 영향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 폐경이면 언제라도 호르몬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X) 폐경이라고 언제든 원할 때 시작할 수 있는 치료가 아니다. 폐경 후 10년이 넘었거나 60세가 넘으면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지 못한다.
호르몬 치료는 폐경으로 불편한 증상을 호전시키는 등 건강상 이득이 있는 건강한 폐경 여성에게 쓴다. 호르몬 치료는 폐경 초기에 시작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유리하다. 일찍 시작할수록 폐경으로 인한 질환 발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45세 이전에 폐경이 시작된 조기 폐경이라면 정상적으로 폐경에 이르는 평균 나이까지는 5년 정도는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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