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누렁이 70마리의 비극…안락사 피하고도 살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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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인천 계양구에 있는 인천시수의사회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 임성빈 기자

예산 누락으로 연말 대규모 안락사 위기에 처했던 인천 소재 유기동물 보호소의 약 100마리 동물이 막판 예산 반영으로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보호시설이 곧 문을 닫을 예정이라 이곳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대형견이 새 거처를 급히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19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시의회는 지난 15일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시의회는 내년 예산에 당초 인천시가 제출하지 않았던 ‘동물보호시설 개보수 지원’ 사업 1억2000만원을 확정 직전에 추가로 반영했다. 올해 말 보호소 운영 종료가 확정된 지 오래인데도 현재 보호소에 살고 있는 동물을 어떻게 수용할지에 관한 비용이 예산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보호 중인 유기동물 전부가 안락사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던 중이었다.

인천서 유일하게 중·대형견 수용 가능했는데 ‘철거’

인천에선 올해 말까지 두 곳의 유기동물 보호소가 각 군·구와 체결한 위탁계약을 마치고 운영을 종료한다. 이중 지난 11일 찾은 계양구 인천시수의사회 위탁 운영 보호소에서는 유기동물 약 70마리를 돌보고 있었다. 열악한 야외 견사와 미흡한 시설로 지역사회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부족한 지자체 지원과 수의사 처우 등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2006년부터 맺어왔던 위탁계약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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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인천 계양구에 있는 인천시수의사회 유기동물 보호소 모습. 임성빈 기자

시의회의 ‘막판 조정’에서 관련 예산이 반영되며 안락사 위기에선 벗어났지만, 이제 이곳 유기동물은 당장 갈 곳을 다시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인천시수의사회는 연말까지 보호소를 철거하고 부지를 원상 복구해 땅 주인에게 반환해야 한다.

특히 이 보호소는 인천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중·대형견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었다. 이곳에 있던 많은 소형견은 이미 새 보호자를 찾거나 다른 시설로 이동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진도믹스 중·대형견은 아직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보호소장인 정용길 수의사는 “작은 개는 상대적으로 입양도 잘 되고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수월한데, 큰 개는 이곳처럼 넓은 야외가 아니면 보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설 제대로 못 갖추면 유기동물 방치 우려”

동물보호단체는 인천시가 대책도 없이 내년 예산에서 유기동물 보호 예산을 누락해 동물들을 안락사 위기까지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인천 등에서 오랫동안 유기동물 구조 활동을 해온 고수경 더가치할개 대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안락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 여러 민간 동물보호단체가 이곳 동물들을 나눠 임시로 보호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비용 부담이 오히려 과도해진다”며 “우리 시설도 유기동물이 더 들어오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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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인천 계양구에 있는 인천시수의사회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 함께 발견된 무리라고 한다. 임성빈 기자

인천시는 우선 보호 중이던 유기동물을 여러 동물병원에 최대한 나눠 배치하고, 새로 동물보호시설을 지정해 시설 개보수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당장 이달 말까지 신규 지정 동물병원을 모집하고 있다”며 “중·대형견을 보호할 공간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아서 해당 예산으로 부지를 임차하는 등의 방안도 열어 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로 확보된 예산으로 중·대형견 보호 시설을 마련하기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지금 있는 시설을 임시로라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수경 대표는 “최근 인천에선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동물병원에서 유기동물을 야산 뜬장(배설물 배출을 위해 바닥을 철장으로 하고 땅에서 들린 형태로 만든 사육장)에 방치해 폐사하게 만든 사례도 있다”며 “몇 달만이라도 인천시수의사회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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