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李 "누가 예산 깎았나" 농담도…이학재와 달랐던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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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업무보고 말미에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손을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자들을 향해 “더 하실 말씀 없느냐”고 말한 뒤였다.

이 이사장은 “이런 기회가 흔치 않기 때문에”라고 운을 뗐다. 이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중장기적으로 해야 할 네 가지 과제를 그동안 근무하면서 느꼈다”며 ▶민주주의연구원 ▶민주주의학교 ▶민주주의 국제협력센터 설립과 ▶민주화운동기념공원 내 안장지 확대를 위한 관련 규정 개정 등을 건의했다. 이 대통령이 “민주주의학교는 프로그램 만들어서 시행하면 될 것 같은데, 이건 어려운 것 같지 않다”고 하자, 이 이사장은 “장소도 있고 강사도 확보할 수 있는데 예산이 좀 필요하다. 그런 예산이 다 깎였다, 지난번에”라고 답해 참석자 사이에 웃음이 번졌다. 이 대통령도 “누가 깎은 거예요, 도대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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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등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업무보고 중엔 이 대통령이 먼저 이 이사장에게 “전에 말씀 나눴던 (기념사업회) 예산 문제는 다 해결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해결 안 됐지만, 조금 해결됐다”며 “자유민주마라톤이라든지 자유민주음악회라든지 기념행사들이 있는데, 행사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이 “왜 삭감했을까”라고 하자, 이 이사장은 “안 주니까 할 수 없죠”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은 민주화운동기념공원 내 안장지 확대에 관한 이 이사장의 건의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 이사장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죽은 사람들 136명만 (안장이 되도록) 한정돼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희한하다”며 “행정안전부에서 별도로 해서, 별도로 이야기해 보자”며 윤호중 행안부 장관에게 즉석에서 검토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 기간 윤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과 껄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때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답변을 문제 삼으며 “지금 다른 데 가서 노시냐”고 공개 면박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오 이사장과의 문답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해 분위기가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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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7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에 임명된 보수 진영의 원로다. 1960~1980년대 민주화 등 사회 운동에 투신하며 여러 차례 옥고를 치르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민중당을 창당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만 15~19대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권익위원장과 특임장관으로 일했다. ‘친이계 좌장’으로 불렸을 만큼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가까웠다.

이 대통령과 이 이사장은 중앙대 동문(각각 82학번·64학번)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정치인으로서는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오히려 서로가 이따금 장외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이 이사장은 6·3 대선 기간이었던 지난 5월 서울 대성고 교사 시절 제자인 노웅래 전 의원과 중대 후배이자 친명계인 문진석·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만찬을 하며 선거대책위원회 합류 또는 지지 선언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공공기관장이라는 신분과 김문수 전 장관과 인연을 들어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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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월 21일 옛 남영동 대공분실인 민주화운동기념관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이 동행해 이 대통령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이 이사장은 1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 대통령의 외가가 내 고향인 영양에 있었다. 재령이씨(이 이사장)가 경주이씨(이 대통령)의 분파라 항렬도 같아 ‘재’자 돌림을 쓴다”면서도 “가끔 중대 선후배들 모임에서 이 대통령을 만나곤 했지만, 그 외에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장이 된 뒤 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에게 인사를 하러 간 게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예산 문제’에 관해선 “이 대통령이 남영동 옛 대공분실에 위치한 민주화운동기념관을 방문했을 때(지난 10월 21일) 대공분실의 원형 고증과 복구 예산을 요청했는데, 이 대통령이 ‘예산은 걱정하지 마시라’고 한 뒤 실제 10억원 규모의 예산이 반영됐다”며 “하지만 나머지 예산이 기획재정부 단계에서 깎여 국회에서도 증액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했다. 기념사업회의 내년도 예산은 20억원이다. 업무보고 소감을 묻는 말에는 “MB정부 때 특임장관으로 업무보고를 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실 생방송을 하는 줄도 몰랐지만, 부처 산하 공공기관의 애로사항을 직접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외부에도 알릴 기회가 주어져 상당히 좋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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