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 베네수엘라 해역 유조선 3번째 나포?…쿠바 경제도 벼랑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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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해안경비대가 나포한 파나마 국적 유조선 ‘센추리스’ 상공을 미국 군용 헬리콥터가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카리브해 인근의 군사적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 해안경비대가 베네수엘라 인근에서 유조선 1척을 추적 중이며 해당 선박을 나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이달에만 3번의 베네수엘라 관련 유조선을 나포하게 된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정부 당국자는 이날 “해안경비대는 베네수엘라의 불법적인 제재 회피에 참여한 제재 대상 ‘암흑 선단’(dark fleet·원유 불법 수송 등에 참여한 선박 집단)‘ 한 척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 명단에 포함된 이 선박의 이름은 ’벨라1‘(Bella1)으로, 법원의 압류 명령이 내려진 상태라고 한다.
벨라1은 파나마 국기를 달고 있으며, 2021년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중국으로 수송하고, 이란산 원유를 수송한 이력도 있다. 이를 통해 테러 자금 조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미군은 지난 10일 베네수엘라 인근 해상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 ‘스키퍼’를 압류한 데 이어 20일 파나마 국적 유조선 ‘센추리스’를 나포했다. 벨라1을 나포하면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 베네수엘라 관련 유조선을 압류하는 셈이 된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인근 공해상에 대규모 군사력을 배치한 상태며, 해안경비대는 다양한 방식으로 제재 대상 선박에 대한 추적·차단 활동이 가능하다.
카리브해 주변 군사 긴장 고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단체’(FTO)로 지정했다고 발표하면서 베네수엘라를 오가는 제재 대상 유조선의 출입을 전면 차단하겠다고 했다. 마두로 정권의 주요 돈줄인 원유 판매 수입을 옥죄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케빈 해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21일 CBS 인터뷰에서 나포된 두 척의 유조선을 두고 “암시장에서 운영되며 제재 대상 국가에 석유를 공급해 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NBC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이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다음날 ‘센추리스’ 나포에 이어 이틀 뒤 3번째 유조선 나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카리브해 주변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저가 원유 공급받던 쿠바에 치명적”

지난 18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시민들이 은행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베네수엘라 석유 봉쇄로 인근 공산주의 국가 쿠바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봉쇄 조치를 강화하면서 베네수엘라로부터 값싼 원유를 공급받아 왔던 쿠바에 치명적 결과를 안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에서 쿠바와 베네수엘라 간 에너지 연계성을 연구하는 쿠바 망명자 호르헤 피뇽은 “베네수엘라 원유 공급이 중단되거나 급감할 경우 쿠바 경제가 붕괴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WSJ에 말했다.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밀착은 1999년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정권 때부터 본격화했다. 차베스는 당시 양국 관계를 ‘행복의 바다로 묶인 동맹’으로 표현했다. 쿠바는 자국 경제에 생명줄 역할을 해 온 베네수엘라로부터 한때 하루 10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받았다가 현재는 3만 배럴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지만 여전히 쿠바 에너지 수입의 약 40%를 차지한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인근에서 제재 대상 유조선의 출입을 전면 봉쇄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원유 수출이 더욱 위축됐다. 쿠바 정부가 카리브해에서 미국의 군사력 증강, 특히 유조선 압류에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배경이다.
쿠바인들은 이미 식량난과 전염병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무더운 밤에 선풍기조차 돌릴 전기도 없어 옥외에서 잠을 청하고 있으며, 장기화한 경제 위기로 인구 4분의 1이 탈출을 감행한 것으로 추산된다. 싱크탱크 사회권 감시센터(Social Rights Observatory) 여론조사에 따르면, 쿠바 인구의 약 90%가 극심한 빈곤 속에 살고 있으며, 70%는 하루 한 끼 이상을 굶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하루 18시간 이상 정전이 지속하고 있다. 응답자의 78%가 쿠바를 떠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 아메리칸대의 쿠바 경제학자 리카르도 토레스 페레스는 “지금도 최악이지만 더 악화할 수 있다”며 “베네수엘라 원유 공급량이 몇 주나 몇 달 안에 더 줄어든다면 상황은 더는 지속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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