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601경기 뛴 ‘살아있는 전설’…목표 ‘하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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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를 앞두고 여자프로농구 최다 출전 기록을 세운 부천의 김정은(왼쪽). [연합뉴스]
“매 순간 진심으로 뛰려고 합니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부천 하나은행의 베테랑 포워드 김정은(38·포워드)은 여자프로농구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쓰고도 소속팀 걱정을 앞세웠다.
김정은은 지난 21일 2025~26시즌 정규리그 아산 우리은행과의 홈경기에서 1쿼터 종료 4분12초 전 교체로 코트를 밟아 601경기째 출전을 달성했다. 임영희 우리은행 코치가 갖고 있던 종전 기록(600경기)을 뛰어넘어 여자프로농구 통산 최다 출전 신기록을 썼다. 김정은은 “601경기를 뛰었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은퇴까지) 19경기밖에 안 남았다는 생각이 앞선다”며 “(선수 인생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1987년생 김정은의 마지막 꿈은 친정팀 하나은행을 정상에 올려놓는 것이다. 온양여고 시절부터 특급 포워드로 이름을 날린 그는 2006년 신세계(하나은행 전신)에 입단해 신인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저돌적인 돌파와 함께 당시 국내 여자 선수로선 드물게 한 손으로 던지는 슛 폼으로 주목 받았다. 폭발적인 득점력을 앞세워 득점왕도 네 차례나 차지했다. 하지만 소속팀 하나은행의 성적은 늘 하위권이었다. 잦은 부상도 그를 괴롭혔다. 김정은은 “무릎은 연골이 없고, 발목은 숱하게 다쳤다. 아킬레스건과 어깨 부상 이력도 있다. 의사로부터 ‘이런 몸으로 뛰는 게 신기하다’는 말을 들은 지 한참 됐다”고 털어놨다.
2017~18시즌을 앞두고 소속팀 하나은행이 세대교체의 칼을 빼 들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줄부상에 시달리다 은퇴를 고민 중이던 김정은은 등 떠밀리듯 스타군단 우리은행 유니폼으로 갈아입었고, 에이스의 부담을 떨쳐내면서 다시금 날아올랐다. 꿈에 그리던 챔피언전 우승을 두 차례(2017~18, 22~23시즌)나 차지했고, MVP(17~18시즌)에도 뽑혔다. 행복한 시절이었지만, 김정은의 마음 한구석엔 여전히 하위권을 전전하는 하나은행 걱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결국 그는 2023~24시즌을 앞두고 6년 만에 친정팀에 복귀했다. 베테랑의 부상 투혼은 성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복귀 첫 시즌(2023~24) 창단 처음으로 플레이오프(4강)에 진출했다. 올 시즌엔 8승3패로 단독 선두다. 우승 꿈을 이룰 절호의 기회다. 김정은은 “신세계 시절은 물론, 하나은행 창단 당시부터 지금까지 모든 순간이 또렷이 기억난다”면서 “이번엔 반드시 좋은 성적(우승)으로 팬들께 보답한 뒤 기분 좋게 농구화 끈을 풀겠다”고 마지막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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