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 관세 압박에…현지 공장 확보한 삼성바이오, 글로벌 제약사는 약가 인하
-
12회 연결
본문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캠퍼스. 김경록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관세 압박에 글로벌 제조사와 제약사가 잇따라 백기를 들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중 최대 생산능력을 자랑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내 첫 생산거점을 확보하며 본격 투자에 돌입한다. 노바티스, 사노피 등 9개 글로벌 제약사는 미국 판매 의약품 가격 인하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의약품 정책에 보조를 맞출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도 美 생산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 위치한 휴먼지놈사이언스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전경.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2일 영국의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보유한 미국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2억8000만 달러(약 4136억원)로, 내년 1분기 인수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GSK의 락빌 생산시설은 미국 메릴랜드주 바이오 클러스터 중심지에 위치한 총 6만L 규모의 원료의약품(DS) 생산시설이다. 두 개의 제조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임상부터 상업 생산까지 다양한 규모의 항체의약품 생산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회사는 공장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인력 500여 명 전원을 고용 승계하기로 했다. 향후 중장기 수요와 가동 상황을 고려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등 추가 투자도 검토할 방침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 발전과 미국 내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해 전략적으로 인수를 결정했다”며 “고객 지원과 바이오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강화해 현지 시설의 경쟁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인천 송도에서 제품 전량을 생산해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이원화된 생산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무엇보다 미국의 의약품 관세를 피할 수 있게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유럽 소재 제약사와 총 1조2200억원 규모의 위탁생산 계약 3건을 체결했다는 내용도 공시했다. 고객사와 제품명은 비공개이며 계약 기간은 2030년 말까지다.
“관세 피하자” 美 공장 짓는 바이오기업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롯데바이오로직스 시러큐스 공장 전경. 사진 롯데바이오로직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최근 의약품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시설 확보에 속도를 내왔다. 지난 11월 체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 따라 제네릭(복제약)을 제외한 수출 의약품에 15%의 관세가 적용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셀트리온은 미국 일라이릴리와 약 4600억원에 미국 현지 생산시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은 미국 공장 인수·운영 비용 7000억원, 증설비 7000억원 등 총 1조4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앞서 SK바이오팜은 지난 2월 미국 내 위탁생산(CMO) 시설을 확보해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를 현지 생산 중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23년 BMS로부터 미국 뉴욕 시큐러스 공장을 인수해 가동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9곳 약가 인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글로벌 제약사 대표들과 함께 약값 인하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의약품 관세 카드를 활용해 글로벌 제약사의 약가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암젠·GSK·머크·사노피·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 9곳의 약가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일라이릴리 등도 관련 계획을 밝혔다. 약가 인하를 하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활용하지 않았다면 이런 합의를 이뤄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낮은 (의약품) 가격이 미국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약품 정책과 관련된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가 국내 제약사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바이오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의된 ‘생물보안법’에 최종 서명했다. 미국 정부가 안보가 우려되는 생명공학 기업과 계약하거나 보조금 등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국내 CDMO 기업의 경쟁자인 중국의 우시앱넥,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이 규제 적용 대상으로 꼽힌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미국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의약품 관세 부과, 약가 인하 정책에 더해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면서 내년에는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과 기업 간 시장 경쟁 구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며 “위탁개발(CDO) 분야에서 국내 업체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