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제재 뚫고 혁신…꿋꿋한 中, 그뒤엔 '쇠사슬 우두머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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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성은 47개 산업에서 롄장제를 통해 원활한 부품 공급망을 구축했다. 광둥성 선전 시내를 누비는 로봇개를 바라보는 시민. 한우덕 선임기자
“항저우의 하이테크 산업이 급부상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취재길. 자오청(趙承) 저장성 선전부장에게 던진 질문이다. 글로벌 톱3로 부상한 저장대의 인재 양성, 독특한 민영경제 시스템, 마윈이 일으킨 인터넷 붐. 하지만 돌아온 답은 그게 아니었다. 그는 “롄장 제도(鏈長制)가 잘 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쇠사슬(鏈)+수장(長)? 이게 무슨 뜻일까.
중국에서는 공급망(Supply Chain)을 ‘공잉롄(供應鏈)’이라고 한다. ‘롄장’은 바로 그 공급망(鏈)을 책임지는 사람(長)이다. ‘공급망 최고 책임자’, 영어로는 ‘CCO(Chief Chain Officer)’다. 롄장 제도를 통해 공급망을 구축하고, 약한 부분을 보강하고, 전체 산업으로 확산한다. 미·중 기술 경쟁 심화로 산업 공급망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중국 롄장 제도는 더 주목 받고 있다.
사례는 많다. 하이크비전은 항저우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영상보안 회사. 2022년 이 회사에 위기가 찾아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규제로 반도체 공급이 끊긴 것. 야오가오위안(姚高員) 당시 항저우 시장이 직접 롄장으로 나섰다. 그는 대책반 성격의 ‘롄반(鏈班)’을 조직해 하이크비전의 반도체 조달 방안을 짜도록 했다. 공급망의 실질적 주체인 ‘롄주(鏈主)’는 하이크비전이었다. 회사는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제품을 공급받아야 하는지 등을 롄반에 보고하고, 문제 해결에 나섰다. 롄반은 우선 저장성(省) 정부와 저장대가 함께 만든 미래산업 연구조직인 즈장(之江)실험실에 반도체 설계를 의뢰했다. 설계 제품은 같은 저장성 도시 닝보(寧波)에 있는 SMIC에 맡겨 빠르게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을 통해 2023년 탄생한 게 CCTV용 반도체인 ‘시후(西湖)칩 1호’였다. 덕택에 하이크비전은 미국 제재의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른 지역은 어떨까. 광둥성 선전(深圳)시 룽강구에서 투자유치 사업을 담당하는 펑톄쥔(馮鐵軍) 기업서비스센터 국장을 만났다. 그는 “롄장 제도가 가장 잘 작동하는 곳이 바로 광둥”이라고 했다. 롄장 제도 덕택에 룽강구의 BYD 공장은 1시간 이내 부품을 조달할 수 있는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펑 국장은 “광둥성에 지금 47개 산업, 53개 롄주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둥성 성정부가 최소한 53개 서플라이 체인을 면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기업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함께 취재했던 이정동 서울대 교수는 우리도 ‘기업가형 정부’를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하이테크 성과물은 대부분 기업가형 정부가 만든 것”이라며 “강력한 제조 생태계, 원활한 시장 생태계 형성을 위해 하이테크 분야 정부의 조정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급망 확보는 우리 산업 안전, 생존과도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의 혁신이 놀랍습니다. 세계 최첨단 기술 보유국인 미국을 앞지릅니다. 그런데 그 혁신이 8살 초등학교 교실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더중앙플러스에서 그 생생한 혁신의 현장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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