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신인왕 물으니 “다승왕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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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 데뷔를 앞둔 황유민이 웨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프로골퍼 황유민(22)은 얼마 전 데뷔 후 첫 팬미팅을 열었다. 3년간 동고동락한 팬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러다 뜨거운 눈물도 흘렸다. 함께 여행을 다니는 KLPGA 투어 선수인 이율린(23)의 영상 편지를 보며 눈시울을 붉히더니 영상 속 주인공이 깜짝 등장하자 눈물샘이 터졌다.
22일 경기 판교의 한 연습장에서 만난 황유민은 “내 꿈을 오랫동안 알아주셨던 분들의 축하를 받고 감정이 복받치던 터에 언니 얼굴을 보니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멋쩍게 웃었다. 황유민은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떠난다. 정든 팬들과 친한 친구들을 두고 더 큰 세상으로 간다.
황유민은 목이 조금 잠겼다. 새벽 5시부터 나와 TV 광고를 촬영했다고 한다. 방송 출연과 스폰서 행사, 인터뷰 등 일정이 빠듯해 3주째 감기가 떨어지지 않고 있단다. 그럼에도 선한 눈웃음을 잃지 않았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건 슬프지만 그는 모험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다가올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내년 목표는 당연히 신인왕이겠죠”라고 물었다.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황유민은 “KLPGA 투어에서도 신인왕 욕심은 없었어요. 그런데 딱 하나, 다승왕은 탐나더라고요. 결국 우승을 많이 하는 선수가 최고 아닌가요. 제 목표는 다승왕입니다”라고 했다.

KLPGA 투어 대보 하우스디 챔피언십을 제패한 황유민. [사진 KLPGA]
2003년생 황유민은 KLPGA 투어의 ‘작은 거인’이다. 프로필상 신장과 체중은 각각 163㎝, 55㎏. 아담한 체구다. 몸이 가늘고 귀여운 얼굴이어서 ‘초딩’이라는 별명도 있다. 그러나 황유민은 평균 250야드를 거뜬히 날리는 장타자다. 2023년 데뷔 이래 매년 1승씩을 올렸다. 또 지난 10월에는 하와이에서 열린 롯데 챔피언십을 제패해 내년도 LPGA 투어 직행 카드도 따냈다.
황유민은 살이 안 찌는 체질이어서 평소 분유를 먹으며 체중을 유지한다. 그런 선수가 거의 매주 비행기를 타고, 시차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LPGA 투어로 간다고 하니 걱정하는 팬들이 많다. 황유민은 “지난 3년간 체력 관리 노하우를 잘 터득해 걱정이 없다”면서 “한국 분유도 충분히 가져갈 계획이다. 하루 두 번 아침저녁으로 서너 스푼씩 타먹으며 체력 문제는 없다. 또 햄과 김치, 쌀밥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황유민은 악바리로도 유명하다. 2년 전에는 우승 다음 날 대상포진에 걸렸는데도 연습장으로 나와 샷을 가다듬은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황유민은 “내가 악바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쉬고 싶을 때 쉬고, 할 때 하는 편이다. 다만 잘 치고 싶은 마음이 워낙 커서인지 주변에선 ‘독하다’고들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연습장에서 만난 김효주는 “연습만큼은 정말 철저한 선수다. 그런 훈련량이 탄탄한 하체와 군더더기 없는 몸통 회전을 만들었다고 본다. 이제 LPGA 투어에 가게 되니 경계가 되는 후배”라고 칭찬했다.
코스에선 돌아가는 법이 없어 ‘돌격대장’이란 별명이 붙은 황유민. 지난해와 올해에는 팬들이 뽑은 KLPGA 투어 인기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인기 비결을 묻자 황유민은 “나의 공격적인 플레이는 늘 흥미로운 상황을 만든다. 팬들께서 그런 예측불허를 좋아하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인기 요인 중 외모의 비중은 10% 정도라고 생각한다. 치아교정기를 조만간 빼게 되니 앞으로 환하게 웃을 수 있어서 인기가 조금 더 올라가길 기대하겠다”고 웃었다.
황유민은 내년 1월 29일 개막하는 힐튼 그랜드 배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통해 데뷔전을 치른다. 이어 태국 전지훈련을 거쳐 3월 아시안 스윙으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한다. 황유민은 “다행히 쿠션감이 있는 미국 잔디가 나와는 잘 맞더라. 페어웨이는 물론 그린 주변에서도 오히려 편하게 샷을 구사할 수 있다”고 했다. 분유 먹는 ‘돌격대장’의 미국 도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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