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충격의 한밤 전화 주인공은...'윤석열 시대' 생생한 권력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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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 윤석열 시대
박진석·현일훈·김기정 지음
중앙북스
2022년 4월 초의 어느 늦은 밤, 이상휘 당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정무 2팀장(현 국민의힘 의원)이 화들짝 놀랐다. 휴대폰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진 새된 소리를 듣고서였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영부인 등극을 앞두고 있던 김건희 여사였다.
그의 입에서 나온 건 놀랍게도 욕설이었다. 너무도 큰 충격을 받은 이 팀장은 그로부터 며칠 뒤 자리를 내놓고 낙향했다. 이른바 ‘여사 라인’ 인사의 발령이 늦어지자 새 정부 인사 작업을 총괄하던 이 팀장이 ‘인사 전횡’ 누명과 함께 ‘여사’의 희생양이 된 그 사건은 이후 몇 년간 ‘아는 이들’끼리만 공유해온 지극히 은밀한 것이었다.

대통령 취임식 다음날인 2022년 5월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김건희 여사와 반려견들의 배웅을 받으며 출근하는 모습. [사진 대통령실]
인사 개입 시도를 동반한 ‘김 여사의 욕설’ 사건의 전말, 그리고 당시 김 여사가 남겼던 구체적 폭언의 실체를 신간 『실록 윤석열 시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11월 중앙일보의 프리미엄 유료 구독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 연재되면서 단기 시리즈 사상 최다 구매 건수 기록을 세울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연재물이 책으로 출간됐다.
저자들은 검찰과 국민의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용산 대통령실을 출입하면서 오랫동안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취재한 중앙일보 기자들이다. 저자들은 그 기본 지식의 토대 위에서 고위급부터 말단 행정관에 이르는 다양한 층위의 옛 정부 참모와 각료, 이른바 ‘윤핵관’부터 ‘친한계’까지를 포괄하는 광역 스펙트럼의 옛 여권 인사, ‘검사 윤석열’의 모든 것을 지켜본 선후배 검사 등 60여명을 만나 새로운 사실들을 추가로 취합했다.
그 결과물인 이 책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지난 정부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대거 수록하고 있다.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 약속을 단박에 깨버린 2022년 4월 10일 심야의 윤 전 대통령 폭언 사건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극적이다. 그가 유명 여배우와의 ‘소개팅’ 기회를 거절하면서 김 여사를 선택했다는 옛 검찰 간부의 증언과 대선 후보 시절의 잇따른 ‘홍보 참사’ 배후에 김 여사와 ‘여사 라인’이 있었다는 캠프 관계자들의 고백 역시 흥미롭다. 대선의 최대 장애물이던 김 여사를 소록도나 백담사로 보내려 했던 참모들의 ‘역적모의’와 이른바 ‘빈집 입당’ 사태가 윤 전 대통령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대표)의 ‘치맥 회동’에서 비롯됐다는 비화도 주목할 만하다.

2022년 6월 30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마드리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첨예하게 진실공방을 벌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독대 사건’도 등장한다. 책은 그 사건 당시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야심에 대한 목격자와 측근들의 각양각색 해석을 곁들여 사안을 더욱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돕는다.
이 밖에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도사’들의 인연, 느닷없었던 대통령실 용산 이전의 전말, 한 전 대표에 대한 김 여사의 미묘한 신경전 같은 이야기도 확인할 수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 선대위원장 인터뷰와 ‘건진 법사’ 전성배씨의 서초구 굿판 이야기 등 연재물에 담기지 않았던 내용도 추가로 수록돼 있다.
‘정체 구간’ 없이 술술 읽힌다는 점도 미덕이다. 저자들이 서문에 밝힌 대로, 취재 내용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딱딱한 기사체 대신 쉽고 재미있게 읽힐 수 있는 이야기체로 글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취재원들의 증언 역시 존댓말과 반말이 뒤섞인 날 것 그대로 활자화했기 때문에 면전에서 직접 듣는 것처럼 생생하다.


위 사진은 김건희 여사가 지난 8월 12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는 모습. 아래 사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26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모습. 연합뉴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윤석열·김건희·한동훈·장제원·권성동·김용현·안철수·홍준표·유승민·이준석·오세훈·김종인·건진·천공·명태균 등 ‘윤석열 정부’의 주요 인물들이 종과 횡으로 얽히고설키면서 그려낸 ‘정치 삼국지’를 연상케 한다.
저자 중 한 명인 박진석 중앙일보 콘텐트2부국장은 “회차별로, 단절적으로 접하게 되는 연재물과 달리 책은 종합적으로 전체 이야기를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책을 읽은 뒤 내년 1월부터 더중앙플러스에 연재할 ‘실록 윤석열 시대 2’를 접한다면 자연스럽게 윤석열 정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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