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남극 세종기지에서 장보고기지까지...한국 극지연구의 발자취[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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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한 극지 과학자의 회상
김예동 지음
푸른나무

남극 이야기는 항상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머나먼 거리와 극한 환경 자체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어언 건립 40년을 바라보는 세종기지에서 활동한 과학자들 이야기도 책으로 여럿 나왔다.

김예동 한국극지연구위원장의 회고록 『한 극지 과학자의 회상』은 기존의 남극 서적들과 궤를 달리한다. 한국의 극지연구사와 그의 개인적 이력이 교차한다. 그는 학문적 커리어를 쌓기 시작할 때부터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극지 연구에 발을 들여놓았다. 지질학을 공부하러 유학 갔다가, 연구 조교 자리가 끊기는 바람에, 남극 방문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으로 새 자리로 옮긴 것이 계기였단다. 학위 취득 이전부터 국내 신문에 종종 남극과 극지연구를 소개했고, 해양연구소 극지연구실이 창립될 때 젊은 연구자로 합류했다.

책은 저자가 예전에 기고한 글과 새로 쓴 글들이 교차한다. 그 중에도 한국 극지 거점이 확장되어온 과정을 술회한 부분들이 흥미롭다. 남극 킹조지섬의 세종기지(1988년)에서 시작해 북극권 스피츠베르겐섬의 다산기지(2002년), 쇄빙선 아라온호(2009년), 남극대륙의 장보고기지(2014년)까지. 저자가 직접 활약한 다산기지와 장보고기지 부분이 좀 더 자세하다. 남극 연구가 한국에서 어떻게 가능해졌는가를 보여주는 셈이다.

그 과정은 권력자의 개인적 관심과 결정에 의존하던 연구 후원 구조가 제도화된 국가 지원과 국제협력 체계로 이행해 가는 흐름이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 유력자들의 취향을 활용해 씨앗을 심은 ‘취미적 프로젝트’는 연구자들이 충원되어 제도화되고 국가의 과학으로 성장했다. 또 극지연구실에서 극지연구소로 독립하기 위해 기획예산처 앞을 새벽부터 지키며 읍소했다는 대목은 국가 과학 인프라가 얼마나 불안정한 조건 속에서 출발했는지도 보여준다. 연구자들 간의 국제적 교류와 친분은 국가 간 외교에서도 협력의 상징으로 작동하기도 했다.

지난 40년간 한국 과학은 유례없는 속도로 성장해 왔다. 더 많은 집단적 아카이브가 활성화되어, 우리 과학사의 역동적 모습이 더욱 입체적으로 기록되고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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