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퍼핏' 호랑이가 관객 마음 열었다…박정민 출연 화제작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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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브 파이' 공연 모습. 주인공 파이(박정민)와 퍼핏티어가 연기하는 호랑이 '리처드 파커'의 생존기를 다뤘다. 사진 에스앤코

믿음을 갖고 보신다면 공연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주인공 ‘파이’ 역으로 무대에 오른 박정민의 말이다.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한 라운드 인터뷰에서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구명보트 위에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단둘이 남겨진 소년 ‘파이’의 이야기다.

호랑이는 동물을 본뜬 ‘퍼핏(puppet·인형)’이 ‘퍼핏티어(puppeteer·인형을 부리는 배우)’와 한 몸을 이뤄 무대에서 재현한다. 무대 위에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된 폭풍우와 넘실거리는 바다, 굳이 자신을 숨기지 않는 퍼핏티어의 몸짓을 실제 호랑이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작품을 즐길 수 없다. 그래서 박정민은 이렇게도 말했다. “‘그렇다 치고’라고 하는 열린 마음이 있다면 무대는 영화나 드라마보다 훨씬 더 무궁무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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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한국 첫 무대에 오른 '라이프 오브 파이' 공연 모습. 사진 에스엔코

관객들은 이 작품을 ‘열린 마음’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26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집계에 따르면 ‘라이프 오브 파이’는 뮤지컬 분야 주간(12월 19~25일) 총 티켓예매액 1위에 올랐다. ‘올겨울 화제작’ 중 하나로 꼽힌 데 걸맞은 흥행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2001년 출간된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의 소설『파이 이야기』가 원작이다. 이듬해 맨부커상을 받았다. 2012년 개봉한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감독 이안)는 아카데미 감독상ㆍ음악상ㆍ촬영상ㆍ시각효과상 4관왕을 차지했다.

공연 ‘라이프 오브 파이’는 2019년 영국 셰필드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다.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 초연으로 올리비에상 작품상 등 5관왕에 올랐다. 2023년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으로는 토니상 연출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공연의 핵심은 벵골호랑이 리처드 파커. 퍼핏의 미세하게 떨리는 귀와 휘어지는 꼬리를 보면서 퍼핏티어들이 내는 으르렁거리는 포효 소리를 듣고 있으면 정교한 인형인 줄 알면서 몰입하게 된다. 맹수가 얼룩말 등을 공격하며 숨통을 끊어 놓을 때의 공포와 분노가 객석을 감싼다. 호랑이와 호흡을 맞추는 박정민의 연기도 흥미롭다. 파커가 다른 동물을 죽일 때 파이가 느끼는 분노, 그리고 파커를 향한 연민이 박정민의 얼굴과 몸짓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박정민은 “퍼핏에 적응하다 보니 말도 없고, 표정도 없는 호랑이를 제가 보고 싶은 대로 볼 수 있게 됐다”라며 “제가 겁을 먹으면 호랑이가 사나워 보이고, 마음이 아픈 상태면 호랑이가 처량해 보인다. 호랑이를 제 상태에 맞춰 바라보게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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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브 파이' 공연 모습. 망망대해속 표류하는 구명 보트 위로 폭풍우가 치는 모습. 사진 에스앤코

볼거리만으로 승부하는 작품은 아니다. 원작이 지닌 현실과 상상의 경계, 생존과 믿음, 종교 등에 대한 묵직한 주제 의식이 공연 내내 묻어난다. 그리고 관객에게 묻는다. “어떤 이야기를 믿으시겠습니까”

뮤지컬 스타 박강현이 박정민과 함께 ‘파이’에 더블 캐스팅됐다. 베테랑 배우 서현철ㆍ황만익ㆍ주아도 참여했다. 내년 3월 2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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