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구비 때문에 떠나는 박사들에…정부, '3년치 보장' 카드 꺼내
-
12회 연결
본문
학위 수여식을 하는 모습. 뉴스1
매년 연구비 공백에 시달리던 이공계 비전임 연구자와 박사 후 연구원(포닥)에게 정부가 처음으로 3년짜리 '기초연구비'를 보장하기로 했다. 인문사회 분야는 거점국립대 중심으로 기초 연구소를 집중 지원해 연구 생태계 복원에 나선다.
교육부는 내년 대학의 인문사회·이공 분야 학술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1조712억원을 투입하는 '2026년 학술연구지원사업 종합계획'을 수립했다고 28일 밝혔다. 올해보다 563억 원 늘었다. 교육부 학술연구지원 예산으론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연구자부터 지역 연구소까지…이공 연구 지원 강화

자료 교육부
이공 분야에선 기초 연구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교육부는 비전임 교원과 포닥을 대상으로 풀뿌리 연구 지원 사업인 '기본연구'를 새로 도입한다. 790개 과제를 선정해 3년간 연 6000만원씩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중간 단계평가를 간소화해 연구자의 행정·평가 부담도 줄이기로 했다.
그동안 비전임 교원과 포닥은 과제 종료와 함께 연구비·소득이 동시에 끊기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연구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로 대학의 비정규 연구·교육 인력 중 포닥이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만큼, 연구 경력 초기 단계의 고용 불안정이 반복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단기 과제와 경쟁 위주였던 기존 연구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적 연구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한 연구 기반 강화도 병행된다. 대학 연구소가 지역과 협업하는 '대학기초연구소(G-LAMP)' 사업에선 연 50억 원 규모인 연구소 4곳을 새로 선정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국가연구소(NRL 2.0)'에는 지역 트랙을 신설해 지역 기반 연구 역량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대학 참여 비중을 확대한 '글로컬랩' 사업도 확대 추진한다.
인문사회, 젊은 연구자 붙잡고 연구 기반 키운다

자료 교육부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연구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지원이 추진된다. 먼저 젊은 연구자의 연구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이 확대된다. 박사 학위를 취득한 연구자 대상으로 해외 연수의 일종인 '글로벌 리서치' 사업을 신설해 20명을 선발한다. 이들에겐 1인당 연간 5000만 원을 지원한다. 석·박사 과정생 연구 장려금도 늘린다. 석사 과정생 200명 안팎엔 1인당 연 1200만 원, 박사 과정생 400명 안팎엔 1인당 연 2000만 원을 각각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인문사회 대학기초연구소' 사업을 신설한다. 거점 국립대 3곳을 선정하고, 각 대학에 연간 40억 원씩 총 120억 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교육부는 성과·시장 논리에 취약한 인문사회 연구 특성을 고려해, 거점국립대와 연구중심대학 중심으로 기초학문 생태계를 유지·강화하기로 했다. 국내 연구 기반을 바탕으로 국제 공동연구도 확대된다.
"방향은 맞다" 현장 기대…체감 효과 우려도
현장에선 연구비 지원 방식이 달라졌다는 점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국립대 포닥은 "1~2년 단위 과제를 옮겨 다니는 구조에선 연구 주제를 길게 가져가기 어려웠다"며 "지원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면 중장기 연구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자는 "최근 기초연구 과제가 인공지능(AI) 등 시대 흐름을 반영한 주제에 쏠리는 경향이 강하다. 이번 정책이 유행을 따르지 않는 기초 연구까지 포용할 거란 기대가 있다"며 "기초 학문은 단기간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과 기반을 보장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평가 부담 완화 역시 연구 외 행정 업무에 쏟던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거란 반응이다.
다만 연구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는 과제로 남는다. 수혜 대상이 제한적인 만큼 다수의 연구자가 체감할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비 지원이 여전히 과제 단위에 머무는 구조라 과제 선정 여부에 따라 연구 지속성이 갈리는 상황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있다. 지역의 국립대 교수는 "그동안 연구 관련 정책이 5년 단위 계획이나 정권 교체에 따라 반복적으로 바뀌어 온 만큼, 일관된 기초연구 전략과 이를 조정할 컨트롤타워가 마련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