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法, ‘서부지법 폭동’ 가담자 손배 추진…조건부 구속영장도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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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진입해 폭력사태를 일으켰다. 시위대로 인해 부서진 서부지법 표지판이 짓밟힌 모습. 이영근 기자

법원이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법) 폭동 사태로 막대한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가담자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서부지법은 지난 26일 공개한 ‘1·19 폭동 사건 백서’를 통해 약 6억222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시설물 피해 금액은 4억7857만원, 물품 피해 금액은 1억4363만원으로 추산됐다. 신체적 상해를 입은 직원은 없었지만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이가 51명에 달했다. 백서에 따르면 서부지법 종합민원실에서 근무하는 한 행정관은 “그 날 이후, 내 앞의 민원인이 우리 법원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어서 나에게 해코지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이 계속돼 두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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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들이 서부지법에 진입해 폭력사태를 일으켰다. 이들은 둔기 등으로 서부지법 외벽을 부셨다. 이영근 기자

법원은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 재판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폭동 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총 141명 중 1심 판결이 나온 94명은 모두 유죄(징역형 69명·징역형 집행유예 23명·벌금형 2명)를 선고받았다. 65명은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에서도 대부분 실형이 유지됐다. 피고인의 절반 이상은 20~30대 남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인원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김태업 서부지방법원장은 백서 발간사에서 “당시 폭동 사태는 재판에 승복하지 못한 사람들에 의한 침탈과 위협이었다”며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자 우리 사회의 근간을 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격분한 지지자들이 법원 청사 후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난입해 시설물을 파손시키고 다수의 경찰관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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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폭동사태 당시 영장전담판사 사무실을 난입한 흔적. 사진 서울서부지법 백서발간위원회

백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8분부터 영장 발부 소식을 접한 지지자들이 서부지법 시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어 3시22분엔 본관 1층 당직실의 깨진 유리창을 통해 내부로 침입했다. 이들은 소화기를 뿌리고 당직실 내 폐쇄회로(CC)TV·서버·컴퓨터 등을 파손시켰다. 일부 시위대는 7층에 있는 차은경 당시 영장전담 판사 사무실까지 난입해 출입문 등을 훼손시켰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에 따르면 청사 내부에 진입한 이들은 “차은경 어딨어!” “나라 팔아먹은 XXX”라고 외치며 각목을 들고 배회했다고 한다. 일부 시위대는 완전히 진압된 5시25분까지 일반 시민에 대한 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법원은 폭동 사태에 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해 “기존 매뉴얼을 통한 대응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면서도 “경찰과의 공조 과정상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의 어려움은 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경찰이 법원 후문을 차벽으로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해 시위대의 운집을 허용한 점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 경찰이 48개(약 2900명)→13개(약 780명) 부대로 축소한 점 ▶영장 발부 사실 공개가 임박한 때 근무자 교대를 한 점 등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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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일반 접견이 허용됐던 지난 1월 31일 오전 경기 의왕시 서울 구치소 앞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뉴스1

서부지법은 재발 방지 대책으로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서부지법은 “현행 제도는 구속영장 발부·기각의 이분법 구조만 존재한다”며 “이러한 구조하에서는 사법적 판단이 지지자들의 격렬한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거주지 제한, 전자장치 부착, 특정인 접근 금지 등 일정 조건을 부과한 뒤 해당 조건을 이행하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재판을 받게 하는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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