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자 괜찮아졌다" 구급차 돌려보낸 정신병원…1시간 뒤 숨졌다

본문

경남 창원의 한 정신병원에서 입원 환자가 추락 사고로 크게 다쳤지만, 병원 측이 119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차를 그냥 돌려보낸 사실이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환자는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bt429c88fe802c7422da0777f3b57335e0.jpg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119구급대원들이 환자를 이송한 뒤 대기하고 있다. 이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 사진. 중앙포토

창원 한 정신병원서 50대 환자 추락 

29일 마산중부경찰서·창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7시23분쯤 경남 창원시에 있는 정신병원인 A병원에서 입원 환자 B씨(50대)가 낙상 또는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119신고가 접수됐다. ‘계단에서 굴렀는지(낙상), 떨어졌는지(추락), 머리를 다쳤다’는 취지의 병원 당직 간호사 신고였다고 한다.

하지만 A병원 측은 돌연 신고 11분 만인 오전 7시34분쯤 다시 소방에 전화를 걸어 구급 출동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응급 처치를 해서 환자가 괜찮아졌다’(A병원 측)고 말했다는 게 소방당국 설명이다. A병원 관계자는 2분 뒤인 7시36분쯤 병원 앞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에게도 ‘괜찮아졌다’고 말했고, 구급대는 복귀했다.

창원소방본부 관계자는 “폐쇄 병동이다 보니, 그곳 의료진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간호사도 있어 안심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환자 괜찮아졌다’던 병원, 1시간여 뒤 ‘사망 판정’

하지만 병원 측은 구급대를 돌려보내고 1시간 넘게 지난 오전 8시45분쯤 환자 B씨의 사망 판정을 내렸다. 같은 날 오전 9시40분쯤 B씨가 사망했다는 병원 측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병원 내에 숨져 있는 B씨를 발견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당시 당직 간호사 등 병원 관계자들은 ‘자기 병원 앰뷸런스로 다른 병원 이송하려고 구급차를 돌려보냈다’, ‘여러 병원에 전화했는데 받아주는 곳이 없어 이송하지 못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당초 병원 측이 소방당국에 ‘환자가 괜찮아졌다’고 말한 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bt5625f4f79a02d2ce36a3fe3897db598a.jpg

경찰 이미지.

경찰엔 ‘자체 이송하려 구급차 돌려보냈다’ 말해

경찰은 A병원이 실제 B씨를 이송하려 했는지, B씨에 대한 응급 처치가 적절했는지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A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고한 내용을 보면, 이 병원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만 있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A병원 측 설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병원에 연락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경찰은 B씨가 이 병원 5층에서 계단 쪽 추락 방지망을 자력으로 벌려 스스로 뛰어내린 것으로 파악 중이다.

※우울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을 통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50,513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