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남자 671위가 여자 1위 제압했다…테니스 4번째 성대결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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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마친 뒤 인사하는 사발렌카(왼쪽)와 키리오스.AFP=연합뉴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세계랭킹 671위 닉 키리오스(30·호주)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세계 1위 아리나 사발렌카(27·벨라루스)를 꺾었다. 테니스 역사상 네 번째로 열린 남녀 성(性) 대결에서다.

키리오스는 29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린 이벤트 경기 ‘배틀 오브 더 섹시스(Battle of the Sexes)’에서 사발렌카를 2-0(6-3, 6-3)으로 제압했다. 이번 경기는 비시즌 이벤트 매치로, 1만7000석 규모의 실내 경기장에서 열렸으며 최고가 입장권은 800달러(약 115만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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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코카콜라 아레나에서 열린 테니스 ‘배틀 오브 더 섹시스(Battle of the Sexes)’ 경기에서 벨라루스의 아리나 사발렌카가 호주의 닉 키리오스와의 맞대결에서 플레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대결에는 남자 선수의 신체적 우위를 줄이기 위한 변형 규칙이 적용됐다. 사발렌카가 사용하는 코트 면적은 키리오스보다 약 9% 작았고, 두 선수 모두 세컨드 서브 없이 한 번의 서브 실수로 바로 실점하는 규정이 적용됐다. 강한 서브가 중요한 남자 선수에게 불리한 조건이다. 경기 형식은 3세트였으나, 실제로는 키리오스가 1·2세트를 연속으로 따내며 승부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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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테니스 ‘배틀 오브 더 섹시스(Battle of the Sexes)’ 경기에서 호주의 닉 키리오스가 벨라루스의 아리나 사발렌카를 상대로 백핸드 샷을 구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테니스에서 남녀 선수가 공식적으로 맞붙은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1973년 보비리그스(미국)는 마거릿 코트(호주)를 이겼고, 같은 해 빌리 진 킹(미국)에게는 패했다. 당시 킹은 29세, 리그스는 55세였다. 1992년에는 지미 코너스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를 2-0으로 제압했는데, 이때도 코너스에게 불리한 규칙이 적용됐다. 여자 선수로 유일하게 승리한 사례는 빌리 진 킹뿐이다.

이번 경기의 분위기는 과거와는 달랐다. AP통신은 “성평등 논쟁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했다”며 “언더핸드 서브와 농담, 춤까지 나오며 관중들이 즐기는 쇼에 가까웠다”고 전했다. ESPN과 BBC 역시 “사회적 메시지보다는 흥행을 위한 이벤트 경기”라고 평가했다.

키리오스는 현재 세계랭킹이 600위권에 머물러 있지만,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준우승을 차지했고 2016년에는 세계 13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손목과 무릎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하면서 랭킹이 크게 떨어졌다. 반면 사발렌카는 올해 US오픈 여자 단식 챔피언으로,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통산 4차례 우승한 현 여자 테니스 최강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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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테니스 ‘배틀 오브 더 섹시스(Battle of the Sexes)’ 경기 후 벨라루스의 아리나 사발렌카가 대모인 아이를 안고 호주의 닉 키리오스와 함께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경기 후 키리오스는 “이벤트 경기였지만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대결이 테니스에 의미 있는 장면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발렌카는 “호주오픈을 앞두고 좋은 준비가 됐다”며 “다시 만나면 반드시 복수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키리오스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언급됐다. 그는 과거 테니스 남녀 동일 상금에 반대하는 발언을 한 바 있고, 2021년에는 당시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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