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사대상 사망, 통일교 반쪽 수사…미완의 수사로 끝난 논란 속 18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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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일에 달하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의 수사기간이 종료했지만 여전히 많은 의혹을 미완으로 남겼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범죄 연루 정황이 드러나지 않은 사건 일부는 결론 내지 않고 다른 수사기관에 책임을 전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통일교의 정치권 청탁과 수사 대상인 양평군 공무원 사망 등 논란은 수사기간 종료 이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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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팀의 민중기 특별검사(오른쪽부터)와 김형근, 오정희, 박상진, 문홍주, 김경호, 박노수 특검보가 29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브리핑룸에서 특검 수사 결과 종합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무혐의 대신 이첩 선택한 특검

특검팀은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서기관과 한국도로공사 직원을 재판에 넘기면서 ‘윗선’은 밝히지 못했다. 노선 변경 과정에서 용역업체에 대한 부당한 지시는 확인했지만 누가 이를 주도했는지는 물음표로 남았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소환조차 못 했다. 29일 특검팀 관계자는 “서기관 정도까지만 기소했는데 누구도 그가 결정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로 밝힐 부분은 국수본(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를 금품 수수 혐의(특경법상 알선수재)로 재판에 넘기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는 밝히지 못했다. 공직자의 배우자라는 김 여사의 법적 지위를 고려하면 뇌물죄 적용을 위해선 최소한 남편인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 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그러나 김 여사의 금품 수수를 윤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다는 증거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뇌물 혐의는 경찰이 추가로 수사하도록 넘겼다.

서울중앙지검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디올백 수수 무혐의에 대한 이른바 봐주기 수사 의혹은 핵심 당사자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 전담 수사팀이 뒤늦게 구성됐고, 수사기간 종료 직전 관련자를 소환했다 불발됐다. 이 외에 수사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범죄혐의를 찾지 못한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창원 산단 지정 개입 의혹 등도 무혐의 대신 이첩을 택했다.

특검팀엔 준비기간(20일)까지 포함해 총 200일의 수사기간이 주어졌다. 민주당이 특검법을 개정하며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해 역대 특검 중 가장 긴 수사를 진행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죄가 나올 때까지 수사하는 건 가장 많이 비판받는 검찰의 구습 중 하나”라며 “6개월을 집중적으로 수사했는데 수사를 더 해야 한다는 건 죄가 드러날 때까지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사건을 완결하지 못하고도 특검팀은 김 여사와 관련한 수사의 대상과 범위를 넓히는 데 주력했다. 해군 선상파티, 종묘 차담회, 비서관 딸 학폭 무마 의혹이 대표적이다. 이를 놓고 특검팀 내부에서도 “특검이 수사할 만한 사안인지 의문이다. 유튜브에서 주로 다뤄지는 가십거리를 수사의 영역으로 가져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마저도 기소 대신 이첩이 이뤄졌다.

통일교 수사, 새 특검의 불씨 됐다 

특검 수사기간 각종 논란이 따라붙기도 했다. 특검팀은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받고도 수사하지 않았다.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결국 통일교 특검 논의의 불씨가 됐다.

여야는 통일교 특검의 수사 대상과 특검 추천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편파수사 논란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19일 민 특검에 대한 직무유기 고발 사건을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에 배당했다. 23일엔 윤 전 본부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특검 수사기간이 끝났다지만, 관련 수사가 여전히 남았다는 풀이가 나온다.

양평 공무원 사망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특검팀에 파견됐던 수사관 1명을 고발하고 3명을 수사 의뢰했다. 지난 10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사망한 양평 공무원의 유서에 “안 했다 했는데 누가 시켰다고 해라, 회유와 강압에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기재된 만큼 강압적인 조사 정황이 확인됐다고 봤다. 이 외에 민중기 특검은 과거 내부정보를 이용해 네오세미테크 비상장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고발됐다.

김 여사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사는 종국적으로 법정에서 증거로 완성되기에 오직 기록과 증거, 법리에 따라 재판을 통해 엄정히 판단돼야 한다”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사실이 과장되거나 정치적 프레임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끝까지 점검하며 성실하게 재판에 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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