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 다카이치 총리 첫 휴가에 이사…일하며 남편 케어하는 ‘독박 돌봄’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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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첫 휴가와 공저(公邸·총리 거주 공간)로의 이사를 두고 일본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첫 여성 총리로 일하면서 동시에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돌보는 ‘독박 돌봄’ 중이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26일 각의(국무회의)를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교도·로이터=연합뉴스
29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정오쯤부터 아카사카에 있는 의원 숙소에서 공저로 이삿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난 27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첫 휴가를 냈지만 휴가 중 이사를 하게 된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집무실이 있는 관저와 도보로 1분 거리에 있는 공저로 들어가는 것은 지난 10월 총리직에 오른 지 약 두 달 반만의 일이다. 하루라도 빨리 공저로 들어가 지진과 같은 위기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야당의 압박에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지금은 짐을 꾸릴 틈도 없는 데다 수면도 거의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이사하겠다”고 답한 바 있는데 결국 휴가 중 이사를 선택했다.
최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위기관리는 국가 경영의 요체”라며 공저 입주 의사를 밝히기도 했던 다카이치 총리가 뒤늦게나마 공저에 입주하게 됐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홀로 남편을 돌보고 있는 사정 때문이다.

2005년 9월 나란히 국회 입성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남편인 야마모토 다쿠 전 중의원. 다카이치 사나에 홈페이지 캡처
다카이치 총리의 나이는 올해 64세. 일본의 첫 퍼스트 젠틀맨인 그의 남편, 야마모토 다쿠(山本拓)는 올해 73세다. 야마모토는 1952년 후쿠이(福井)현에서 태어나 1983년 후쿠이현의회 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다. 전처와의 사이에서 3명의 자녀를 둔 그는 2004년 다카이치 총리와 결혼했는데 “평생 맛있는 것을 해주겠다”는 말로 전화 프러포즈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7년경 정치적 입장 차이를 이유로 헤어졌던 두 사람은 2021년 재결합했다. 일본에선 여성이 결혼하면 남성의 성(姓)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재결합 당시 두 사람은 가위바위보를 해 누가 누구의 성을 따를지 결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호적상 야마모토의 이름은 ‘다카이치 다쿠’가 됐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야마모토는 올 2월 뇌경색으로 쓰러졌는데, 다카이치 총리는 남편의 재활과 돌봄을 직접 담당했다. 총리 취임 전 여러 행사에 참석해 자신이 남편의 목욕을 돕거나 도시락을 챙기면서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내의 총리 당선 직후 야마모토는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뇌경색이 완전히 나았고 이제 재활도 마쳤다”면서 “부자연스럽게 걷게 됐지만, 곧 낫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거동이 편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저에서 남편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1월 공저 내부를 점검했는데, 휠체어도 들어갈 수 있도록 내부 공사를 마쳤다고 한다.

일본 총리공저. 일본 총리 관저 홈페이지 캡처
일각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공저 입주와 함께 이젠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버리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다”고 공언한 다카이치 총리가 과로를 견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다카이치 총리는 하루에 2~4시간 자고, 새벽 3시 출근을 하거나 앞머리를 직접 자를 정도로 여유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총리와 다르게 취임 한 달 반 만에야 외부 인사들과 ‘첫 회식’을 할 정도로 업무가 끝나면 숙소로 돌아가는 생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총리 측근은 마이니치에 다카이치 총리가 밤늦게까지 국회 답변 준비나 정책 공부에 시간을 쏟는 ‘저녁형’이라고 설명하면서 “아침엔 남편 돌봄도 있다”는 설명을 보태기도 했다. 집안일과 남편 돌봄까지 직접 하고 있는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번 이사를 계기로 “주변 사람을 더 의지하면 좋겠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사를 마친 다카이치 총리는 30일엔 도쿄증권거래소 행사에, 새해 첫날엔 황거(왕거)에서 열리는 신년 축하 행사에 참가한다. 5일엔 미에(三重)현 이세 신궁(伊勢神宮)을 참배한 뒤 신년 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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