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육퇴 아빠들의 낯선 수다 일냈다…"KBS 미쳤다" 50만뷰 터진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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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남편들'의 패널들. 왼쪽부터 개그맨 곽범, 방송인 슬리피와 샘 해밍턴, 개그맨 송하빈이 출연해 연애부터 결혼·임신·출산·육아까지의 과정을 편하게 터놓는다. 사진 KBS
“아이를 낳으면 (몸이) 바로 복구되는 거예요?” “아니, (TV 속) 연예인들이 너무 빨리 복귀하잖아. 실제로 옆에서 보니까 회복이 너무 오래 걸려.” 지난해 결혼한 송하빈이 질문하자 최근 둘째가 태어난 슬리피는 진짜 후기를 꺼내 든다. 여기에 개그맨 손민수가 게스트로 합세한다. “제왕절개를 잘 모르는 분들은 배를 하나 짼다고 생각하시는데, 피부·근막·복근·자궁····. 총 여덟겹을 째요. (회복하려면) 여덟겹이나 아물어야 해요.” 그는 함께 유튜브 채널 ‘엔조이커플’을 운영하는 개그맨이자 아내인 임라라의 출산을 겪으며 ‘출산 박사’가 됐다.
유튜브 콘텐트 ‘이웃집 남편들’ 흥행
유튜브 채널 ‘여의도 육퇴클럽’(구독자 45.5만명)에 올라온 프로그램 ‘이웃집 남편들’의 한 장면이다. ‘육퇴’는 ‘육아 퇴근’의 줄임말. 방송인 슬리피와 샘 해밍턴, 개그맨 곽범과 송하빈까지 네명의 남편이 패널로 나와 육아 후 모여 대화를 나눈다는 콘셉트의 웹 예능이다. 지난 5월 시즌 1 첫 영상이 올라온 후 평균 50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시즌 2까지 공개됐다.
연애상담, 남편들의 결혼준비 체크리스트, 임신과 출산 후기까지 솔직하게 풀어낸 덕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난임검사 같은 주제가 나오면, 방송에서 하기 어려운 수위 높은 이야기도 오간다. “출산 준비하는 남편들 귀하네요” “남편들 출산이나 육아 다루는 채널은 이것밖에 없는 듯” 그다음으로 자주 보이는 건 바로 이 댓글이다. “KBS에서 만든 것 맞나요?”

유경현 PD는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2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스태프들이 모여 꼼꼼한 모니터링을 거친다"고 했다. 누군가를 배제하는 순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사진 '여의도 육퇴클럽' 캡처
‘이웃집 남편들’은 KBS 저출산위기대응단(이하 대응단)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세계는 지금’ ‘소비자 고발’ ‘추적 60분’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해 온 유경현 KBS PD와 김유리 독립PD가 연출했고, 양예원·홍하연 작가 등 10명의 스태프가 함께한다.
‘이웃집 남편들’ 공개 후 ‘여의도 육퇴클럽’구독자는 약 10만명이 증가했으며, 2040 여성 구독자 수가 21%대에서 38%대로 늘어났다.
‘이웃집 남편들’의 가장 큰 특징은 ‘순한 맛’이다. 가정 내 갈등을 다루는 최근 가족 예능들의 반대급부 격이다. “사실 평범하게 잘 사는 가족이 그렇지 않은 가족보다 더 많잖아요. 결혼·임신 ·출산이라는 게 불행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모습 중 하나라는 걸 보여주자고 생각했어요.”(양예원 작가)
‘이웃집 남편들’에 이어 지난 19일과 26일 스핀오프 프로그램 ‘이웃집 가족들’도 선뵀다. 유경현 PD는 “‘이웃집 남편들’ 시즌 1과 2를 하며 ‘남성과 여성의 고정된 성 역할을 해체하자’는 기존 메시지가 익숙해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가족의 의미를 재고할 수 있는 스핀오프를 구상하다 다양한 가족형태를 다룬 ‘이웃집 가족들’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웃집 남편들'의 스핀오프 '이웃집 가족들'. 왼쪽부터 개그맨 곽범,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출산한 레즈비언 김규진, 두 아이를 입양한 게이 아빠 홍석천이다. 사진 KBS
‘이웃집 가족들’의 출연자는 자발적 비혼모 사유리, 두 아이를 입양한 게이 아빠 홍석천, 출산한 레즈비언 일반인 김규진이다. ‘이웃집 남편들’에 출연한 개그맨 곽범도 함께한다. 김규진씨는 2년 전 국내서 처음으로 동성커플의 임신과 출산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성 지향성과 육아를 하게 된 경위가 모두 다르지만,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할 때엔 합이 잘 맞는다.
제작진은 이제 ‘이웃집 남편들’ 시즌 3 공개를 앞뒀다. 이후 스핀오프에선 어떤 시도를 해야 할지도 고민 중이다. “‘밥 친구 왔다’는 댓글이 참 좋았어요. 편하게 보면서도 메시지가 남는 예능, ‘좋은 아파트에 살지 않고, 대단한 직업을 갖지 않아도 복닥거리며 살면 행복한가봐’ 이런 생각이 드는 예능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김유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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