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단독] 美국방·국무 '성과보고서' 살펴보니…&#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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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방과 외교를 담당하는 국방부와 국무부가 지난 29일(현지시간) 공개한 ‘2025년 성과 보고서’에서 한국과의 동맹 외교는 물론 북핵 대응 등 한반도 관련 사안이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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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가 지난 29일(현지시간) 공개한 2025년 성과 보고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4개 항목으로 구성된 국방부 성과 보고서에서 국방부의 목표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완전한 국경 통제 지원″이라고 명시했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엔 동맹국인 한국은 물론 한반도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 미 국방부

해당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해 외교·안보와 국방 정책의 목표와 지향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초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도 북한과 비핵화에 대한 서술을 삭제했다.

트럼프 국방 성과에 ‘한반도’ 없다

이날 중앙일보가 확인한 미 국방부의 성과 보고서는 ▶전사 정신 ▶군 재건 ▶억지력 재확립 ▶지역사회 등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다. 순서대로 우선순위(priority) 1~4번이 표기돼 있다. 한국 등 동맹국의 안보와 직결되는 억지력을 3순위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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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지난 22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황금 함대' 구성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억지력에 대해서도 ‘확립’이 아닌 ‘재확립(reestablish)’이라는 표현을 썼다. 재확립의 목표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완전한 국경 통제 지원”이다. 동맹국과의 협력은 사실상 이러한 “최우선 과제”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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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가 지난 29일 공개한 2025년 성과 보고서. 미 국방부는 '억지력 재확립' 분야를 3번째 우선순위(붉은색 박스)로 제시하며, 억지력 재확립의 목표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완전한 국경 통제 지원"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

이를 근거로 억지력 분야의 최상위 항목은 국경 보안, 주요 도시 치안, 남부 해안 작전 등이 차지했다. 반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동맹국과의 협력은 후순위로 밀렸다.

특히 한국과 직접 관련이 있는 인태 전략에선 “중국을 억제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오커스(AUKUS, 미·영·호주 안보 동맹) 등 “동맹국의 부담 분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을 성과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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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0월 13일 이스라엘 로드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포로-인질 교환 및 휴전 협정 진행과 관련한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주요 동맹국과의 협력을 소개하면서 이스라엘·캐나다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군사 협력 등을 제시했지만, 한국은 물론 한반도에 대한 언급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

‘핵 현대화’ 재확인…군수 협력에 韓 빠져

미 국방부가 제시한 군 재건(rebuilding)의 핵심은 핵무기의 현대화와 군수 및 방위 산업 육성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억지력의 핵심인 핵이 언제 어디서든 결정적인 대응을 가할 수 있는 신뢰성과 능력을 유지하도록 했다”며 핵무기의 실전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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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29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직전 핵실험 재개를 지시한 사실을 공개한 이후 “중국·러시아·북한 모두 핵실험을 한다. 지구를 150번 이상 날릴 만큼의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도 잘 작동하는지 확인할 실험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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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5일 캘리포니아 밴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진행된 미니트맨 III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되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직전 핵무기 시험을 재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핵실험 재개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저위력 핵무기의 실제 사용 우려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미국의 핵능력 확대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명분을 약화하는 동시에 동아시아에서의 ‘핵 도미노’ 경쟁을 촉발할 거란 우려도 퍼지고 있다.

헤그세스 장관은 또 방위 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한 군사적 태세의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군함을 포함한 조선업 협력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한 한국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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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부인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 8700t급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 사업을 현지지도하고 해군의 핵무장화를 계속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한국은 미국과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조선업에만 1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트럼프급’으로 명명한 초대형 전함이 주축이 될 ‘황금함대(Golden Fleet)’를 구성하는 호위함 건조와 관련 “한국의 한 기업과 협력해 추진될 것”이라며 “그것은 한화라는 훌륭한 회사(good company)”라고 했지만, 관련 사안은 성과로 제시되지 않았다.

국무부 아닌 ‘이민 단속부’ 전환 실토?

미 국무부도 이날 홈페이지에 게시한 ‘2025년 외교적 승리(2025 Diplomatic Wins)’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11가지 성과를 제시했다. 그런데 11개 성과 중 5개가 불법 이민 단속, 이주 범죄자 체포, 주요 도시 치안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이민 단속 분야에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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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가 29일(현지시간) 공개한 2025년 성과 보고서. 국무부가 제시한 11개의 성과물 중 5개(붉은색 박스)는 불법 이민자 체포와 관련된 사안으로 채워졌다. 전통적 의미의 '외교 사안'(푸른색 박스)은 3개에 불과했는데, 주요 내용은 나토의 방위비 부담 압박과 원조 축소 등 '미국 우선주의'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미 국무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외교·안보보다는 국내 정치적 이슈에 집중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국무부가 11개 올해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미국 평화연구소(USIP)’의 명칭을 ‘도널드 트럼프 평화연구소’로 바꾼 것을 선정한 점이 눈에 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 평화 실현을 위한 헌신을 반영해 명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소 명칭이 변경된 건 지난 3일이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의 성과 항목이 10개가 아닌 11개가 되고, 해당 사안이 11번째로 등장한 것은 보고서 공개 직전 추가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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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촬영된 미국평화연구소 외벽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국무부는 연구소의 이름을 변경한 것을 2025년 주요 11개 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복귀 직후 USIP를 폐쇄하고 직원들을 해고했다가, 연구소 외벽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뒤 재개관했다. USIP는 1984년 미 의회가 법률로 설립한 독립적 공공기관으로, 트럼프 정부가 자의적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외교성과’ 3개뿐…방위비 압박·원조 축소

국무부가 제시한 성과 가운데 전통적 의미의 ‘외교 분야’에 해당하는 항목은 3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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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9일 이스라엘 공습 당시 가자 지구 남부 칸유니스 북부 지역의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에서 텐트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자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해당 항목과 관련해서도 “유럽에 더 많은 방위비를 부담하게 했다”는 점을 성과로 들었고, 저개발국에 대한 원조에 대해선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원조를 재정비했다”며 “새로운 협정을 통해 협력국이 자립의 길로 나아가게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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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 워싱턴에 위치한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 주변을 무장한 웨스트버지니아 주방위군이 순찰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원조를 대폭 축소한 점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성과란 의미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 아래 미국 납세자들의 돈은 낭비와 반미주의, 비효율에 절대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도 원조 축소에 따른 비판과 관련 “미국은 여전히 생명을 구하는 인도적 지원 분야에서 가장 관대한 국가”라고 했다.

보고서는 이밖에 ‘세계 평화 보장’ 항목을 통해 “가자 지구에서 평화 계획이 실행되도록 지원해 전쟁을 종식하고 인질 귀환을 보장하고, 인도적 지원의 접근성을 확대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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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가 29일(현지시간) 공개한 2025년 성과 보고서. 국무부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11개 성과 항목 중 5개를 불법이민자 단속과 관련된 항목을 제시했다. 세계 평화와 관련한 항목의 배경 사진엔 다카이치 사아에 일본 총리의 모습이 등장한다. 미 국무부

국무부가 해당 항목을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와 악수를 하는 배경을 선택한 점도 눈에 띈다. 일본은 무역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5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금은 3500억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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