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추진하는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P:ART:NER)’은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공연예술을 전국으로 확산해 국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공연시장의 균형 있는 유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사업이다.

2025년 이 사업에 참여한 김해문화관광재단은 문예회관이 공연 유통의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현장에서 보여준 사례다. 김해문화관광재단 서종호 공연기획팀장은 공연장이 단순히 작품을 초청·소비하는 공간을 넘어, 우수한 공연이 지역 간을 순환하며 시민에게 전달되는 유통의 핵심 지점이 돼야 한다는 인식에서 이번 사업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장은 완성된 작품을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우수한 공연이 지역 간을 순환하며 시민에게 고르게 전달되는 유통 거점이 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늘 가지고 있었다.

공연예술 지역유통 지원사업은 개별 작품의 제작이나 단발성 초청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연이 어떻게 이동하고 어떤 경로로 관객과 만나는지를 함께 설계하도록 구조화한 것이 특징이다. 서 팀장은 이 과정을 통해 문예회관의 역할 역시 보다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예술단체에게는 전국 관객과 만날 기회를 제공하고, 문예회관에는 초청 예산 부담을 줄이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문화향유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유료화 정책을 통해 공연예술 생태계를 건강하게 구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인구 56만 규모의 중대도시인 김해는 공연장 운영 경험과 안정적인 관객층을 갖추고 있다. 김해문화의전당과 서부문화센터 두 곳의 전문공연장은 작품 성격에 맞는 공간 선택을 가능하게 했고, 부산·창원·양산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은 제작단체 이동과 관객 접근성 측면에서 운영 효율을 높였다. 이를 통해 김해가 지역유통의 시작점이자 경유지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번 유통 과정에서 관객 반응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사례로는 현대무용 〈히트 앤 런〉이 있다. 이 작품은 접근성 강화를 중심에 두고 폐쇄형 음성해설과 자막 안내를 도입했다. 모든 관객이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현대무용이라는 장르가 관객에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단순 초청이 아니라, 관객이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장치를 함께 고민했다.”

공연 이후 “현대무용을 처음 봤는데 작품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연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접근성 강화가 관객 경험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한 사례다.

유통사업을 통해 김해문화의전당은 무용과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며 공연장에 처음 방문하는 관객과 장르별 마니아층의 유입을 경험했다. 서 팀장은 이러한 변화를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로 바라본다.

“관객층의 변화는 숫자의 증가가 아니라, 공연장이 열린 공공문화공간으로 재인식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김해문화관광재단은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경남·부산·울산 권역 문예회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단일 공연장 중심이 아닌 권역 단위 순환형 유통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이 스스로 공연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구조를 구축하고, 공연 유통과 공공적 가치를 함께 실현하는 문화예술도시 모델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다. 공연의 이동은 곧 문화향유 기회의 확장이며, 지역 공연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