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9000만원 놓고 사라진 전주 ‘얼굴 없는 천사’…26년간 1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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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성금. 연합뉴스

연말마다 이웃을 위한 성금을 남기고 사라지는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선행은 올해로 26년째 이어지고 있다.

30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3분쯤 노송동주민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중년의 남성 목소리였다”고 전했다. 이후 주민센터 공무원은 센터에서 도보로 약 3분 떨어진 장소에서 A4 복사용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상자 안에는 현금다발과 돼지저금통, 그리고 손편지가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2026년에는 좋은 일들만 있었으면 합니다.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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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남기고 간 상자 속 현금과 돼지저금통. 사진 전주시

상자에 담긴 성금은 오만원권 묶음 9000만원을 포함해 모두 9004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현재까지 얼굴 없는 천사가 남긴 누적 성금은 총 11억3488만2520원에 이르고, 선행은 26년간 27차례 지속됐다.

전주시는 기부자의 뜻에 따라 이번 성금을 노송동 지역의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이 천사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남긴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성금을 기부해 왔다. 이름과 얼굴을 전혀 밝히지 않아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린다. 성금은 연탄과 쌀, 장학금 등으로 지역 주민과 학생들에게 전달돼 왔다.

2019년에는 주민센터 인근에 놓아둔 성금 6000여만 원이 도난당했다가 되찾는 일을 겪기도 했지만, 기부는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졌다.

전주시는 이 뜻을 기리기 위해 노송동주민센터 일대를 ‘얼굴 없는 천사도로’로 조성하고 ‘얼굴 없는 천사비’를 세웠다. 주민들은 매년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정해 나눔 행사를 열고 있으며, 전주시는 이 이야기를 ‘미래유산’으로도 지정했다.

노동식 전주시 얼굴 없는 천사 축제 조직위원장은 “26년간 조용히 이어진 선행이 다시 한 번 깊은 울림을 줬다”며 “이 나눔이 전국으로 퍼져 익명의 기부자가 늘어나는 ‘천사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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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없는 천사가 전달한 성금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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