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훈장으로 화난 트럼프 달랬지만…중동·사법리스크 덫 빠진 네타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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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훈장 효과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최고 훈장 수여 소식을 들고 자신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끈끈함을 과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란에 잇따라 엄포를 놓으며 네타냐후에 힘을 실어 주면서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중동 평화를 방해한다는 트럼프의 의심이 가시지 않은 데다, 사법리스크에서도 자유롭지 못해 네타냐후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네타냐후와 정상회담 후 “하마스가 무장 해제를 하지 않으면 지옥을 맛볼 것”이라며 “휴전 협정에 참여한 59개국이 하마스를 말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이스라엘에 대해선 “평화 계획을 100% 이행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 10월 트럼프가 제안한 가자지구 평화 계획 1단계에 합의하며 휴전했지만, 2단계 실행은 하마스 무장 해제와 이스라엘군 추가 철수·국제안정화군(ISF) 파병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6월 핵시설을 공습한 이란에 대해서도 “(탄도미사일 및 핵무기 개발) 재개가 확인되면 대가가 지난번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네타냐후를 “최고의 전시 총리”라고 치켜세우면서 네타냐후의 사면 필요성도 또 언급했다.
이런 트럼프의 태도는 최근 모습과 사뭇 달랐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는 네타냐후가 가자지구 평화 계획을 지연·약화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고 전했다. 중동 일대 전쟁 종식으로 목표인 노벨평화상에 다가가려는 트럼프로선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시리아 임시정부 등과 군사 충돌을 이어가는 네타냐후에 불만이 컸다.

지난달 30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왼쪽)로 분장한 시위대가 '제발(Please)'이란 플래카드와 함께 두 손을 모은 채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으로 분장한 또 다른 시위대를 바라보고 있다. 시위대는 이를 통해 헤르초그 대통령의 사면을 원하는 네탸냐후 총리를 비판했다. AFP=연합뉴스
실제로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하마스 고위 간부 라에드 사드를 암살하자 백악관은 네타냐후에 “트럼프 평판을 망가뜨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고 미 정치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그럼에도 네타냐후는 중동에서 강경 군사 대응을 이어가 국내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네타냐후와 정상회담 후 단일대오를 과시했다. 일란 골든버그 전 신미국안보센터(CNAS) 중동안보국장은 NYT에 “네타냐후는 공개적으론 원하던 것을 얻었다”며 “트럼프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스라엘 유권자에게 과시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CNN도 “네타냐후가 트럼프를 통한 외교 성과로 총리 연장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트럼프의 태도 변화엔, 네탸냐후가 이날 자국 최고 민간훈장인 ‘이스라엘상’을 외국인 최초로 트럼프에게 수상하겠다고 한 깜짝 발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더타임스는 “네타냐후는 트럼프와의 협상 기술을 잘 알고 있음을 또 입증했다”며 “(훈장 수여로) 트럼프가 자신을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게 하며 만족한 채 (이스라엘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네타냐후의 위기가 여전하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가 네타냐후에 실질적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회담에서) 이스라엘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트럼프지만 네타냐후는 까다롭다는 평가도 내놨다”며 “두 사람 관계가 공개적으론 우호적이어도 사적으론 적대적이란 걸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지난 10월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소총으로 무장한 채 도열해 있다. AP=연합뉴스
실제로 트럼프는 하마스에 대한 보복의 주체로 미국·이스라엘이 아닌 휴전협정에 나선 59개국을 내세웠다. 이스라엘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ISF의 튀르키예 파병 허용 문제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훌륭한 관계이며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나 헤즈볼라, 긴장 관계인 시리아 등에 군사행동을 감행한다면 언제든 트럼프가 격노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상황도 안심할 수 없다. 네타냐후의 뇌물수수·사기 혐의 재판은 트럼프 압박에도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NYT는 “네타냐후가 총리 자리를 지키려면 연정 파트너인 극우세력이 원하는 초정통파 유대교도(하레디)에 징병 면제 혜택 부여 법안을 제정해야 하지만 국민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고, 법안을 못 만들면 연정이 붕괴할 수 있다”며 “네타냐후로선 2026년이 험난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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